해외 반출 문화재 - 윤영기 체육부 부국장
2023년 06월 19일(월) 00:00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는 27개국 22만 9655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은 불법 반출로 추정된다. 문화재 약탈이 극심했던 일제 강점기를 반영하듯 일본에 있는 문화재가 9만 5622점으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미국 6만 5241점, 독일 1만 4286점, 중국 1만 3010점 순이다. 현재 파악된 우리 문화재 숫자는 어디까지나 공식 집계다. 전 세계 주요 박물관·미술관 등 기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공식 파악되지 않은 개인 소장 문화재가 더 많다고 추정하는 전문가도 많다.

최근 고려시대 사경(寫經)인 ‘묘법연화경 권제6’(妙法蓮華經 卷第6)이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돌아왔다. 부처가 되는 길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사상을 기본으로 한 경전인 ‘묘법연화경’의 내용을 금·은색 안료를 써 필사한 경전이다. 지난해 6월 일본인 소장자가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유물을 팔겠다는 의사를 전하면서 처음 존재가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국가 지정 문화재로서 가치를 지녔다고 평가한다. 소장자의 안목에 새삼 놀라면서도 우리 문화재의 처지를 생각하면 씁쓸하다.

우리 정부가 공식적으로 문화재 환수에 나선 것은 1958년 4차 한일회담 문화재위원회 회의부터다. 당시 정부는 ‘오구라 컬렉션’의 반환을 요구했으나 일본 정부는 사유 재산이라며 반환을 거부했다. 오구라 컬렉션은 남선합동전기회사 사장이던 오구라 다케노스케가 1922년부터 30년간 한반도에서 수집해간 유물이다. 도쿄국립박물관에 기증된 ‘오구라 컬렉션’에 포함된 우리 문화재는 1030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금동관모’를 비롯한 8건은 일본 중요문화재로 지정돼 있고 30여 건은 보물급 문화재로 평가받고 있다. 아쉽게도 현재까지 오구라 컬렉션을 환수할 길은 요원해 보인다.

2012년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설립이 설립돼 해외 문화재 환수에 나섰으나 현재까지 우리나라에 돌아온 문화재는 1만 1034점에 그치고 있다. 해외 반출 문화재 환수 사업이 큰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국민적 지원도 필요하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개인·기업 등의 후원을 받고 있으니 뜻 있는 분들은 관심을 가져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penfoot@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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