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좋은데…경쟁 과열, 반려동물 업체 ‘개 힘드냥’
2023년 06월 06일(화) 18:45
너도나도 용품점 개업에 월 매출 급감…분양시장 얼어붙어 경매가격도 하락

대전시의 한 반려동물 경매장에서 경매에 부처진 흰색 소형견을 두고 입찰이 진행되고 있다. <독자 제공>

“경기가 좋지 않아 사람 먹는 것도 아끼는 상황에서 반려동물을 위해 돈 쓰는 게 줄 수 밖에요….”

광주시 북구에서 동물판매업을 하는 A씨는 자신의 매장 안에서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강아지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A씨는 매장에는 총 16개의 케이지가 있는데, 모두 강아지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최근 강아지를 찾는 고객들이 확연히 줄어들었다”며 “데려온 지 서너 달이 넘어 벌써 생후 6개월이 되는 아이들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강아지는 법적으로 생후 2개월부터 판매가 가능하다.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는 시기이기도 한데, 소형견의 경우 생후 10개월이면 성장이 끝나는 만큼, 생후 4개월이 넘어서면 외면받기 십상이다.

A씨는 “최근에 생후 6개월에 다다른 아이들을 ‘책임분양’하기도 했다. 접종비와 사료비 정도 값만 받고 분양을 원하는 고객에게 판매했는데 결국 50만원 이상 손해를 본 셈”이라며 “경기는 좋지 않고, 업체들은 늘어 이래저래 힘겨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경기침체의 늪 속에서 한창 몸집을 키워가던 반려동물 산업이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맞았다. 지역에서 빠르게 증가하던 반려동물 용품 판매업 등 관련 업계 사업자들의 속도 타들어 가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관련 시장이 확장할 것이라고 믿으며 호기롭게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이례적인 불경기에 업계 간 경쟁마저 치열해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반려동물 경매장에서 경매에 부쳐지는 강아지들의 가격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애견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만 하더라도 대전 유성구의 반려동물 경매장에서 70만원 선이던 ‘예쁜’ 소형견의 경우 가격이 50만원 선까지 떨어졌다.

최근 경매장에서는 시작가격이 50만이던 강아지는 응찰자가 없자 시작가격을 30만원으로 깎은 결과 40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광주에서 반려동물을 판매하고 있는 사업자 B씨는 “경매가격 하락은 결국 애견 분양 시장이 얼어붙었다는 걸 방증하는 것”이라며 “최근엔 경매시장에 나오는 강아지의 수가 지난해 말과 비교해 70% 수준인데도 가격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불경기에 반려동물 키우기가 부담스러워지자 반려동물 판매 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반려동물 분양 뿐만 아니라 기존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에서도 애견을 위한 각종 용품 등 관련 소비를 줄이고 있다.

광주시 북구 삼각동에서 애견용품점을 운영 중인 C씨는 “7000만원까지 올랐던 월 매출이 최근 5000만원 대로 떨어지면서 경기가 좋지 않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며 “당장 액세서리 같은 품목의 매출이 급감했다”고 말했다.

경쟁과열도 반려동물 산업을 힘겹게 만드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국세청의 국세통계 ‘100대 생활업종 사업자 현황’ 자료를 보면 광주지역 애완용품점 사업자 수는 올해 3월 기준 25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21명보다 14.9% 늘었다. 2년 전(2021년) 194명에 비해서는 31%나 증가한 것이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광주시 동물위탁관리업 신규 인가 건수는 2020년 24건→2021년 27건(12.5 %↑)→2022년 29건(7.4%↑) 등 매년 증가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에도 새롭게 문을 연 곳만 6곳이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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