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슬고 부서지고 ‘광주 폴리’ 관리 손 놨나
2023년 05월 04일(목) 00:00
광주 도심 곳곳에는 폴리라는 이름의 설치 작품이 있다. 201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일환으로 시작돼 2013년 ‘광주 폴리’라는 이름의 독립 프로젝트로 추진돼 왔다. 현재까지 네 개 섹션으로 나뉘어 31개 작품이 설치됐다. 시민에게 문화적 감수성을 제공한다는 취지와 함께 구도심 활성화라는 도시 재생의 의미를 담아 충장로·금남로를 중심으로 동구에 집중 배치됐다. 설치 예산만 해도 112억 원이 투입됐고 매년 유지 관리비로 3억 원 가량이 든다고 한다.

광주일보 취재팀이 최근 광주 폴리를 둘러보니 녹슬고 부서지고 뜯겨져 나가는 등 관리 부실이 심각했다. 동구 서석초등학교 앞 통행로에 있는 ‘아이 러브 스트리트’는 다양한 재료로 바닥을 만들어 왕래하는 학생들이 앉아서 그림을 그리거나 모래사장으로 쓸 수 있도록 만든 체험형 폴리지만 ‘안전주의’라고 적힌 러버 콘(삼각뿔)이 둘러쳐져 행인들이 피해서 지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남구 구동 광주공원에 설치된 ‘유네스코 화장실’이란 폴리는 문이 뜯겨진 채로 건물에 비스듬히 방치돼 있었고 경첩도 너덜거렸다. 덴마크 유명 예술가가 유네스코 본부의 상임위원 화장실을 복제해 만든 작품인데 정작 행인들은 공사장에 딸린 화장실로 알고 있다.

폴리가 작품인지 아니면 뭐에 쓰이는 물건인지 모르는 시민들이 많은 것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홍보 부족과 시민들의 관심 부족이 원인이겠지만 관리 부실로 광주의 명물이 아니라 흉물로 전락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올해는 제14회 광주비엔날레가 개막해 많은 외지인들이 광주를 찾고 있다. 디자인 비엔날레 일환으로 탄생했고 광주비엔날레재단이 관리를 맡고 있는 만큼 어느 때보다 광주 폴리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과 재정비가 필요한 때다. 다시금 ‘광주 명물’로 거듭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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