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오물 얼룩진 추모 시설 관리 강화해야
2023년 05월 03일(수) 00:00
5·18민주화운동 43주년을 앞두고 전국에서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광주 지역 5·18 관련 시설 관리가 부실하기 짝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일보 취재팀이 그제 기념·추모 공간들을 직접 찾아가 보니 서구 치평동 5·18기념공원 내 지하에 마련된 추모 승화 공간은 습기 때문에 천장과 바닥에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지난 3월 말 전두환 씨의 손자인 우원 씨가 사죄를 위해 광주를 방문했을 때 들른 곳이다.

습기 제거를 위해 광주시는 하루 최대 제습량 80ℓ 용량의 제습기 두 대를 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3310㎡ 규모의 추모 공간 내 습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에는 광장 쪽 천장에 곰팡이가 잔뜩 끼자 페인트칠로 임시 조치를 하기도 했다. 올해도 유공자 이름이 새겨진 명패들에 검은 얼룩이 져 있었다.

광주시가 지난 2019년 원형을 보존해 역사 체험 공간으로 리모델링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옛 505보안부대 건물 또한 방치되고 있다. 입구 위병소 건물 유리창은 깨어져 있고, 내부에는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내무반과 본관, 면회실 등도 공사 자재나 쓰레기로 어질러져 있었다. 광주시는 홍남순 변호사 가옥과 적십자 병원 등의 리모델링을 동시에 진행하느라 옛 505보안부대 건물 공사 예산을 확보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장애물 없는 생활 환경’(Barrier Free) 인증을 받기 위한 엘리베이터 공사도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5·18 기념·추모 시설은 광주의 또 다른 얼굴이다. 전국 각지에서 광주를 찾는 외지인들이 곰팡이와 오물 속에 방치된 5·18 관련 공간을 본다면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광주시는 이들 시설에서 추모객들이 ‘오월 광주’를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서둘러 정비하고 지속적인 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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