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합리적 임금 체계 고민해야
2023년 04월 14일(금) 00:00
최근 나주시 전역에 ‘외국인 노동자 임금을 11만 원 이하로 지급해 달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게시자는 나주시의회와 의원 연구단체 ‘농촌 외국인 근로자 도입을 위한 연구회’, 나주배원예농협 등이다. 천정부지 오르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임금 가이드 라인을 정해 농가와 인력 사무소에 참여를 권장하는 의미가 담겼다. 나주시의회는 ‘외국인 계절 근로자 인건비 적정 기준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거쳐 임금을 정했다고 한다.

농민들은 외국인 노동자 임금 가이드 라인을 반기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나주 일대에서 외국인 노동자 임금이 지나치게 높게 형성돼 농가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2019년까지만 해도 하루 8만~9만 원대였던 외국인 근로자 인건비가 지난해부터 13만~15만 원까지 뛰었다. 한 농민은 “해마다 지출하는 경영 비용 중 인건비가 50% 가까이 차지할 정도였다”며 “농번기를 앞두고 적기에 적정 임금이 공론화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임금을 고용주 간 ‘담합’으로 억제한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홍관희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노무사는 “법적 근거도 없이 사용자들이 담합을 하고 인위적으로 임금을 낮춘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업주 동의 없이 일터를 옮기기 힘든 등록 외국인 근로자가 저임금에 노동력을 착취당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외국인 근로자가 임금에 불만을 갖고 일터를 벗어날 경우 ‘불법 체류자’를 양산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전남 농가의 외국인 노동자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이들을 빼놓고는 농사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다. 그렇다고 마냥 치솟는 임금을 시장에만 맡겨 둘 수는 없는 일이다. 정부와 당국, 지역사회가 농가 부담을 덜고 이주 노동자들의 임금 하락 피해를 막는 사회적 합의와 정책적 대안 마련을 위해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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