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재선충, 기는 방제’ 인력·예산 확충 급하다
2023년 04월 12일(수) 00:00 가가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소나무재선충이 최근 광주·전남 지역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광주시와 전남도에 따르면 소나무재선충에 감염돼 고사한 소나무가 광주시는 2018년 네 그루에서 2021년 764그루로, 전남도는 2018년 5800여 그루에서 2022년 1만 8000여 그루로 급증했다. 그동안 ‘청정 지역’이었던 나주와 화순 등지까지 번지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은 하늘소류의 매개충 몸속에 있는 1㎜ 내외의 소나무재선충이 소나무에 침입해 발생하는 병이다. 일단 소나무재선충에 감염된 나무는 뾰족한 치료법이 없다. 사전에 예방주사를 투여하거나 감염목 주변 20m 소나무를 모두 베어 내야 한다. 잘린 감염목은 약품 처리한 뒤 일정 기간 천막으로 덮어 두는 훈증 처리를 하게 된다. 방제목을 무단 이동하거나 판매·이용할 때는 관련 법에 따라 처벌된다.
이처럼 치명적인 소나무재선충병이 최근 몇 년 새 광주·전남 지역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지만 지자체의 인력·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광주 광산구의 경우 예찰과 방제 작업을 수행하는 인력은 세 명, 여수시는 20여 명 수준이다. 이 때문에 현장에선 부족한 인력 탓에 방제가 소나무재선충병 번지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하소연이 쏟아지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라 소나무재선충병은 더욱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광주·전남 지자체들은 산림 예찰·방제 인력과 예산부터 대폭 늘려 소나무재선충병에 총력 대응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달은 매개충인 하늘소류가 우화(羽化)하는 시기인 만큼 철저한 방제 작업으로 소나무재선충 확산을 저지해야 한다. 더 이상 인력·예산 부족으로 방제 적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우리와 역사와 애환을 함께하며 이 땅을 지켜 온 소나무가 더 이상 말라죽지 않도록 재선충의 위협으로부터 지켜 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