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원전 ‘핵폐기장’ 일방적 추진 철회해야
2023년 04월 11일(화) 00:00 가가
영광 한빛원전 내부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인 사용 후 핵연료 저장 시설(핵폐기장) 신축이 확정되면서 지역 사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영구 저장 시설이나 다를 바 없는 막중한 사안인데도 주민 의견 수렴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지난 6일 오후 이사회를 열어 영광 한빛원전과 경북 울진 한울원전 부지 내부에 사용 후 핵연료 건식 저장시설 건설 추진 계획을 의결했다”고 엊그제 밝혔다. 건식 저장시설은 사용 후 핵연료가 저장된 금속 용기를 건물 안에 저장하는 시설로, 한빛원전 사용 후 핵연료 저장시설이 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2030년을 목표로 건립된다. 규모는 중간 저장시설 가동 전까지 원전 운영에 필요한 최소 저장 용량으로 건설된다고 한수원은 설명했다.
한수원의 발표에 지역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규탄하고 나섰다. 한수원 측이 ‘한시적 활용을 위한 신축’이라고 입장을 밝혔지만 타 지역에 영구 시설을 만드는 게 불가능한 상황에서 건설하는 핵폐기장은 사실상 영구 저장시설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역대 정부는 원전이 가동된 이후 40년 동안 중간·영구 저장시설 부지를 물색해 왔지만 지금껏 확보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한수원의 결정은 독단적인 처사라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 계획과 방사성폐기물 관리법에 따라 최소한 주민 의견 수렴과 공청회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도,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 없이 결정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임시방편으로 원전 내부에 신축을 결정하고 마땅한 부지가 없다는 이유로 자칫 원전이 있는 지역에 핵폐기장까지 떠넘기려 한다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핵폐기장은 그렇지 않아도 원전 때문에 피해를 입어 온 지역민들에게 또 다른 부담을 떠안기는 만큼 일방적인 건립 결정은 즉각 철회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