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받는 식탁 - 최권일 정치부 부국장
2023년 03월 15일(수) 00:30
‘이베리코’는 이베리아 반도에서 사육되는 스페인 고유 혈통 돼지 품종이다. 풀과 도토리, 곡물 사료 등을 먹여 키우는데, 사육 기간과 방식, 먹이에 따라 ‘베요타’와 ‘세보 데 캄포’ ‘세보’ 등급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베요타의 경우 자연 방목으로 사육하며, 야생 도토리를 먹고 자라 생성된 특유의 풍미가 특징이다.

국내에서도 이베리코 돼지고기는 인기다. 그런데 이베리코 베요타가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생산량이 전년 대비 20% 감소하면서다. 건조한 기후로 도토리가 흉작인 탓이다. 스페인은 지난해 기록적 폭염과 가뭄을 겪으면서 도토리를 비롯한 각종 농업 생산품 수확에 차질을 빚었다.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셈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농축산물 생산량 감소는 이베리코 돼지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 일본의 대표 작물 와사비도 기후위기와 고령화에 따른 재배 인구 감소가 겹치면서 매년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다. 일본 와사비 생산량은 2005년 4600여t 에서 2021년 1800여t으로 감소했다. 머스터드(겨자) 소스와 스리라차 소스도 이상기후로 인해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전 세계의 겨자씨 80%를 생산하는 캐나다 앨버타 등은 가뭄으로 지난해 수확량이 평년의 절반 수준에 그쳤고, 스리라차 소스의 주 재료인 할리페뇨 고추의 원산지 멕시코도 3년 가까이 가뭄을 겪었다.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커피도 위기를 맞고 있다. 세계 최대 커피 수출국 브라질은 그동안 가뭄을 겪어오다 지난해 7월 갑자기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등 이상기후로 인해 생산량이 크게 줄면서 원두 가격이 10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해 지구촌에 불어닥친 가뭄·폭염·태풍·홍수 등 각종 자연재해는 전 세계의 농작물 작황에 직접적 타격을 줬다. 작황 부진은 식품 가격을 천정부지로 올려 물가상승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꼽힌다.

이상기후에 따른 ‘식량 위기’도 걱정이지만, 이제 우리들이 즐겨 찾는 음식과 각종 식재료 등이 식탁에서 영원히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자연의 경고는 계속되고 있다. 그 경고에 지금이라도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최권일 정치부 부국장 ck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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