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폭탄에 소비 위축…화훼농가 ‘눈물의 졸업시즌’
2023년 02월 21일(화) 18:10
月 전기료 500만→800만원 껑충…안개꽃 1단 전년 대비 2배 올라
22일부터 광주권 대학 졸업식 진행…소비 부진에 도소매업도 타격

21일 오전 광주시 광산구 평동에서 장미 농사를 짓고 있는 박미경씨가 꽃을 둘러보고 있다.

“꽃 농사를 20년 넘게 짓고 있는데 지금처럼 힘들었던 적이 없어요.”

21일 오전 찾아간 광주시 광산구 평동 일대의 화훼단지. 이곳에서 5300㎡(약 1600평) 규모의 장미 농사를 짓고 있는 박미경씨는 애꿎은 장미꽃 잎사귀만 만지작거리며 푸념했다.

박씨가 장미꽃을 심어 놓은 비닐하우스 안은 히터가 꺼져 있어 다소 쌀쌀한 감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치솟은 전기요금 탓에 히터조차 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전기료가 부담돼 히터를 못틀고 있다”며 “(장미가) 원하는 색이 나오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장미는 한 밤 중 온실 기온이 20도 정도의 고온을 유지해야 하지만, 박씨의 온실을 15~16도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12월 500만원 수준이었던 전기료가 1월에는 800만원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불과 한 달새 300만원이 오른 셈이다. “섣불리 히터를 틀지 못한다”는 그의 말이 실감이 됐다.

전기료에 양액비료와 영양제 등 고정비용을 포함하면 장미 한 송이에 못해도 2000원은 받아야 한다는 게 화훼업계의 설명이다.

하지만 중도매인들이 제값을 쳐주지 않다 보니 손에 쥐어지는 돈은 한 송이에 700원 정도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값을 더 받을 수 있는 직거래는 수요가 워낙 적다고 한다.

이처럼 치솟은 전기료와 유류비로 난방비 부담이 커지면서 광주 평동 일대 화훼농가도 생업의 터를 떠나버리고 있다. 몇 해전만 해도 10곳이 넘었던 장미농가가 최근엔 절반도 남질 않았다. 아예 생업을 접고 다른 일을 찾아 떠나거나, 난방비 지원이 많은 전남지역 시·군으로 농장을 옮기는 탓에 광주의 화훼농가는 계속해 줄어들고 있다는 게 지역 농가의 설명이다.

박씨는 “예전엔 국내에서 가장 큰 화훼 도매시장인 서울 양재에서도 ‘평동 장미’라고하면 최고로 알아주던 시절이 있었으나 그것도 옛말이 됐다”며 “졸업식 시즌이라고 하지만 대목은 없다”고 토로했다.

대학가 졸업 시즌에 접어들었지만 지역 화훼농가는 급등한 전기료와 기름값 탓에 운영비가 오르면서 어려움에 직면했다. 농가 뿐 아니라 꽃을 직접 판매하는 도소매 업계 역시 고물가·고금리로 소비가 줄어들면서 타격을 면치 못하고 있다.

광주시 북구 일곡동에서 화훼 도·소매업을 하고 있는 권모(64)씨도 소비침체의 그늘을 피해가지 못했다고 한다.

꽃값도 물가상승에 영향을 받으면서 3000원 수준이던 생화 한 송이가 품종별로 많게는 7000원까지 올랐고, 한 판에 20개들이 초화류도 작년 가을부터 시작해 20%가 오른 상황이다.

실제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2월 13~17일 광주(풍암원예) 지역 안개꽃 1단 가격은 2만583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767원에 비하면 2배 가까이 올랐다.

권씨는 “경기침체로 먹을 것까지 줄이는 등 지갑을 닫는 상황에 꽃을 사려는 사람이 있겠냐”며 “기념일이나 졸업식, 승진 등 기념일에 꽃을 주문하는 손님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꽃을 사와 보관하는 하우스에 들어가는 난방비만 하루 30만원에 육박한다”며 “매출은 줄고 유지비는 늘어가니 답답할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한편 오는 22일 광주대와 동신대, 23일 호남대와 광주여대, 24일 전남대와 조선대가 졸업식을 진행한다. 이번 주를 기점으로 광주지역 주요 대학들의 졸업식이 진행되지만, 화훼업계는 극심한 경기침체로 꽃다발 수요는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글·사진=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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