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에 허덕이는 중소기업, 은행 돈 잔치에 ‘부글부글’
2023년 02월 20일(월) 18:13
광주·전남 1조184억 신규대출…중기 85.7% 높은 대출금리 가장 큰 애로
중기중앙회 광주전남본부 “위기 극복 위해 대출금리 인하 등 금융권 상생 필요”

/클립아트코리아

“매출은 적자가 나고, 대출 금리는 높아져 한 달, 한 달 버티기도 힘드네요. 시중 은행들 성과급 얘기가 들리면 속이 답답합니다.”

광주의 한 중소기업 대표 A씨는 지난해 4억원의 기업대출을 받았다. 당시 4%대였던 금리는 계속해 오르다가 최근에는 6.5%를 넘겼다. 매달 상환하던 이자도 200만원에서 280만원 상당으로 크게 올랐다고 한다.

A씨는 “대출금리를 비롯해 안 오르는 게 없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은 힘든데, 금융권은 사상 최대 이익 달성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는 소식을 접할 때면 사업을 접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고금리로 힘들어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해 금융권이 대출금리 인하 등 고통 분담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잇단 금리 인상 탓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위기에 직면한 것과 달리, 금융권은 성과급 잔치를 벌이면서 중소기업계의 불만도 극에 달하고 있다.

20일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에 따르면 광주·전남지역 중소기업의 예금은행 신규 대출은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2조1085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1조7669억원)에 비해 19.33%(3416억원) 증가한 것이다.

또 제2금융권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여신 자료에 따르면 광주·전남 중소기업의 1~8월 누적 신규 대출은 3조2157억원으로, 전년(2조5389억)보다 무려 26.66%(6768억원)이나 늘었다.

예금은행과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을 모두 더하면 올해 지역 중소기업들이 1조184억원의 대출을 더 받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지역 중소기업들은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점차 대출은 증가하는데, 치솟은 금리로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지역 중소기업의 채무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이런 중소기업계의 사정과 달리 금융권은 사상 최대 이익을 달성해 지난해에만 1조4000억에 달하는 성과급이 지급, 복리후생비까지 개선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역 경제계의 상실감도 큰 상황이다.

실제 이날 중소기업중앙회 광주전남지역본부에 따르면 중기중앙회과 지난 15~17일 중소기업·소상공인 300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고금리 관련 중소기업 금융애로 조사’ 결과 금융기관 대출시 겪었던 애로로 ‘높은 대출금리’(85.7%)가 가장 많았다.

특히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은행의 이자수익 기반 사상 최대 영업이익 성과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이 무려 79.3%에 달했다. 매우 부정적은 51.0%였고, 부정적은 28.3% 수준이었다.

이유로는 ‘과도한 예대마진 수익’(62.2%)과 ‘과도한 퇴직금 및 성과금 지급’(22.7%)을 꼽는 등 금융권에 대한 불만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조사 대상 기업 90.3%가 현재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대응 방안이 없거나 불충분하다고 응답했다는 점에서 뚜렷한 방법이 없는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은 애만 태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계는 고금리 부담완화 및 금융권 상생금융 문화 정착을 위해 가장 필요한 대책(복수응답)으로 ‘은행의 기준금리 이상 대출금리 인상 자제’(73.7%)와 ‘이차보전 지원사업 등 금리부담 완화 정책 확대’(45.7%), ‘저금리 대환대출’, ‘금리인하 요구권 등 실효성 제고’(35.7%)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이창호 중기중앙회 광주전남본부장은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 실현을 위해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금리 인하와 금리부담 완화 제도 실효성 제고, 상생 금융 정책 마련이 요구된다”며 “외환위기 때 은행들이 대규모 공적자금으로 위기를 극복했듯 현재 중소기업계의 위기 때 금융권이 먼저 대출금리를 적극 인하하는 등 상생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기웅 기자 pboxer@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