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과 정치 - 임동욱 선임기자 겸 이사
2023년 02월 14일(화) 00:15 가가
공매도란 특정 종목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내는 투자 전략을 말한다. 주로 초단기 매매 차익을 노리는 데 사용되는 기법이다. 향후 주가가 떨어지면 해당 주식을 싼 값에 매입, 결제일 안에 주식 대여자(보유자)에게 돌려줘 시세 차익을 챙긴다. 투자 기관과 외국 펀드들이 주도하는 공매도는 하락장에서 주가 급락을 이끌어 개미 투자자들에게 공포와 원망의 대상이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선 공매도 세력이 연일 물을 먹고 있어 개미 투자자들의 편치 않은 속을 그나마 시원하게 만들고 있다. 공매도 세력의 집중 공략에도 예상을 뛰어넘은 실적 성장으로 오히려 주가가 급등하는 종목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하락장에서도 폭등세를 이어가고 있는 배터리 관련주들이 대표적이다. 관련 종목 종합 토론방에는 공매도 세력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는 개미 투자자들의 환호가 담긴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주식시장과 정치권은 유사한 부분이 많다. 기업은 주가로, 정당은 지지율로 평가받으며 등락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또 기업은 실적을 바탕으로 한 미래 비전이, 정당은 민심의 신뢰를 근간으로 한 미래 집권 가능성이 생존 및 성장 조건이다. 주가 급락이 계속되면 기업의 경영진이 바뀌고, 지지율 폭락이 이어지면 정당의 지도부가 교체되는 점도 비슷하다. 주식시장의 공매도 기법도 단기 이익을 노린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정쟁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현재의 정치권을 주식시장에 비유한다면 ‘오너 리스크’로 하락 장세가 출렁이는 형국으로 볼 수 있다. 여권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제1야당인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검찰 리스크가 지지율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실적(맞춤형 민생 정책) 없이 공매도(정쟁)만 계속되면서 결국 개미 투자자(서민)만 멍들고 있는 상황이다. 규정을 어기고 투자자 보호와 시장 관리를 소홀히 한 상장 기업이 주식시장에서 거래 정지 되듯이 여야도 민생 위기 국면에 정쟁만 일삼다간 민심의 심판으로 퇴출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임동욱 선임기자 겸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