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달용 개인전...'창'. 삶과 풍경의 경계인듯…거울인 듯
2023년 02월 13일(월) 20:10
‘이순-창문 밖 풍경, 창문 안의 삶’전…20일까지 예술공간 집
국군통합병원서 마주한 ‘오월의 창’·‘창-제주에서’등 수묵작품 가득

<허달용 개인전>

‘창(窓)’은 안과 밖을 가르는 경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둘 사이를 이어주는 매개이기도하다. 창 밖에 흐르는 풍경과 창 안에서 펼쳐지는 인생은 서로를 비추는 거울일지도 모른다.

전시장에서 만나는 허달용 작가의 작품은 ‘창’이라는 존재를 통해 작가가 새롭게 인식하게 된 삶의 이치를 수묵으로 표현한 것들이다. 더불어 우리 스스로를 반추해 보게 만드는 힘도 느껴진다.

허달용 작가 개인전 ‘이순(耳順)-창문 밖 풍경, 창문 안의 삶’<사진>이 오는 20일까지 예술공간 집(광주시 동구 제봉로 158번길 11-5)에서 열린다.

전시에서는 “환갑이 지나면 그 전과 이후의 삶이 달라져야겠다고 막연히 다짐했던 적”이 있던 작가의 의지가 ‘창’이라는 존재를 통해 드러난다.

전시작들은 “쉼 없이 붓을 놀리면서 종이와 먹의 교감을 눈으로 확인해온” 작가가 ‘창’이라는 틀을 사이에 두고 바라본 세상의 다양한 풍경들이다.

‘창’을 소재로 한 시리즈의 출발인 작품 ‘오월의 창’은 2021년 국군통합병원에서 마주 한 ‘창문’에서 연유한다.

그 곳을 방문해 본 사람은 안다. 창문 안의 스산한 분위기와 상반되는 슬프고 아름다운 창밖 풍경을. 5월 항쟁의 현장이었던 병원 창문 안은 폐허였지만 창문 밖에는 따스한 봄볕이 내리쬐고 있었고, 그곳에서 작가는 안과 밖의 ‘경계’를 떠올리며 스스로의 경계와 삶의 자세에 대해 떠올리게 됐다.

사)광주민족예술인단체총연합 이사장 등을 지내고 (사)민족미술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는 등 언제나 역사의 한 복판에서 목소리를 높였던 그이기에 상흔이 어린 역사의 현장은 더욱 예사롭지 않은 풍경이었을 터다.
<허달용 개인전>


‘창문 안의 삶’은 그가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공간, 바로 작업실 계단을 그린 작품이다. 고군분투하는 게 인생인지라, 창 밖 풍경보다는 어둡고 음울하지만, 멀리 난간 사이로 보이는 창문 밖 빛을 의지 삼은 치열한 누군가의 삶을 떠올리게 된다.

‘창-제주에서’는 먹의 농담과 물의 번짐이 만들어내는 수묵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대작이다. 하나 둘 붉을 밝힌 집과 빌딩, 산등성이, 첨탑 등을 화폭 아래 아주 가느다란 띠처럼 두르고, 대신 화면 대부분을 흑과 백이 만들어내는 변화무쌍한 하늘로 덮어 오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나란히 걸린 ‘하얀 밤’ 연작도 눈길을 끈다. 깜깜한 어둠이 내려 앉은 밤 풍경 속에 마치 등불처럼 길라잡이가 되어주는 좁게 난 하얀 길과 하늘은 짙은 먹빛과 대비돼 강한 인상을 남긴다.

그밖에 몇 년전 우연히 길고양이를 만난 후 그리기 시작한 고양이와 꽃을 피운 매화 가지 등 작은 소품들에선 따스함이 느껴진다.

그는 작가 노트에서 “때론 정말 아름다웠던 창 밖 풍경을 보지 못했고, 때론 ‘다름’을 모르고 보듬을 수도 없었다”며 “내가 내 안의 벽을 스스로 허물어야만 빛도 온도도 스며들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는 주택가 골목길 안에 자리한, 오래된 집을 개조한 공간에서 열린 덕에 ‘창’이 전하는 메시지를 자연스레 느낄 수 있다.

관람 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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