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학 매병- 유제관 편집담당 1국장
2023년 01월 13일(금) 00:45
높이 42㎝의 훤칠한 키에 맑고 푸른 빛깔, 어깨는 무인처럼 당당하고 곡선은 매혹적이다. 청자 상감운학문 매병. 국보 제68호다. 몸체에는 42개의 원으로 된 창이 있는데, 창속에는 학이 구름을 뚫고 위를 향해 날고 창밖의 학 23마리는 구름 사이 아래쪽으로 내려온다. 학의 날개는 백 상감으로 하고 부리와 다리는 흑 상감으로 해 상감 비법의 절정을 보여 준다. 매병 속의 학은 총 65마리. 그러나 중심을 잡고 빙글빙글 돌리면 마치 수천 마리의 학이 구름을 뚫고 창공을 날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해서 ‘천학 매병’이라고도 부른다. 형태와 빛깔 그리고 문양 모든 면에서 독창적인 아름다움을 보여 주는 작품으로, 가품(佳品) 진품(珍品)을 넘어 이 세상에 다시는 없을 말 그대로 고려청자 최고의 명품(名品)이다.

천학 매병은 일제강점기 간송 전형필이 일본인 골동품상에게 2만 원을 주고 구입했다고 한다. 당시 서울에서 쓸 만한 기와집이 2000원 정도였다 하니 기와집 열 채 값이요, 농촌에선 수백 석지기 땅값이었다. 간송은 일본인 재력가가 두 배의 값을 주겠다 했지만 “이보다 더 좋은 물건을 가져오면 원금만 받고 넘기겠다”며 거절했다.

간송이 지킨 이 청자는 강진군 대구면 사당리 가마에서 생산된 것이다. 지난 2019년 강진 고려청자 요지에서 고려시대에 청자 생산을 총괄한 행정 사무 기관인 치소(治所) 건물터 유적이 발굴됐고 천학 매병과 유사한 청자 조각이 출토됐다. 강진은 또한 청자 칠보투각 향로, 참외 모양 병, 어룡형 주자 등 수많은 국보나 명품 청자의 고향이기도 하다. 강진은 고려시대 최첨단 산업의 중심지였다.

전남도가 근대 생활 자기의 최대 생산지 목포, 고려청자의 주산지 강진, 우리나라 최초의 시유 도기 발상지인 영암, 조선 초 분청사기 대표적인 생산지인 무안을 엮어 도자기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한 첫 단추로 ‘2025 세계 도자기 엑스포’를 추진하기로 하고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도자 문화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기회다. 엑스포를 계기로 전남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인의 도자기 명품 도시가가 되기를 기대한다.

/유제관 편집담당 1국장 jkyou@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