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 아름다운 ‘조각보’ 마음을 위로하다
2023년 01월 09일(월) 20:10
홍영숙 두 번째 시집 ‘조각보를 깁다’ 펴내
“상처 나고 해진 곳 덧대고 덧대어서 덧댈수록 아름다워지는 조각보 같은 꽃밭은 하루에도 몇 번씩 이지러지다 차오르기를 몇 번, 시의 추억은 속살 같이 떠나지 않았고 그리움으로 오는 시심은 아릿한 유년의 기억까지 붙들더니 푸릇한 움을 틔우며 오히려 나를 다독여 주었습니다.”

헝겊을 대어 만든 보자기를 조각보라 일컫는다. 남은 천을 이어 만든 조각보는 알록달록한 색감이 이색적인 조화와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문학적 의미에서 조각보는 상처를 덧대는 사물로 이미지화된다. 그처럼 조각보는 용도를 넘어 마음을 위무하는 매개체로 환기된다.

서은문병란문학연구소 시낭송 회장인 홍영숙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조각보를 깁다’(시와사람)를 펴냈다.

모두 90여 편의 작품들은 그동안 풀어내지 못한 ‘시의 보따리’라 할 수 있다. 담담하면서도 서정적인 감성이 잘 녹아든 작품들은 옛 시절의 풍경을 선사한다. 각각의 작품에서는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대상에 대한 관조의 거리가 느껴진다.

“흑심 하나 품고 사는 세상/ 짜디짠 눈물이야 슬픈 환상 같은 거// 시를 짓다가 연필 심이 부러지면/ 더 깎을 수도 없는 연필/ 지우개가 다 닳고 침이 마른다//(중략)// 내 지나온 길처럼/ 지렁이체로 써 내려간 일기에는/ 졸졸 따라다닌 몽당 글씨/ 지운다고 달라질 일 없는 동심// 남아있는 흑심을 빛나게 다듬어/ 오늘은 시꽃으로 피워낸다”

위 시 ‘몽당연필’은 시를 향한 열망, 자신의 삶에 대한 회고를 비유적으로 드러낸 작품이다. ‘흑심 하나 품고 사는 세상’이라는 표현에서 보듯 그동안 문학에 대한 열정을 시인은 남모르게 견지해왔다. 어려웠던 지난 세월을 살아오는 동안 결코 포기할 수 없었던 삶의 가치나 꿈들이 몽당 연필에 투영돼 있다.

이지엽 시인은 추천사에서 “홍영숙 시인은 ‘모반 위에 오곡밥 덮어놓은 듯한 상차림’을 하듯 아름다운 시를 쓴다”고 평한다.

한편 홍 시인은 2022년 ‘시와사람’ 시로 등단했으며 공무원연금문학상 수상과 ‘기억하라 오월’ 콘텐츠경연대회 최우수상(시·시극)을 수상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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