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관광 활성화 ‘과잉’은 경계해야- 이성현 충남대 철학과 2학년
2023년 01월 02일(월) 22:00
지난해 8월에 있던 일이다. 여름 계절 학기 수업도 끝나고 다음 학기 개강까지는 2주 넘게 남았을 때였다. 나는 몹시 무료했기에 어디로든지 떠나고 싶었다. 결국 여행지로 배를 타고 가야 하는 섬인 비금도를 택했는데 그 까닭은 그곳이 뭍에서 나고 자란 내게 가장 낯선 곳이기 때문이었다. 지난 2019년에 개통된 천사대교 덕에 본래 배를 타고 가야 했던 암태도까지는 버스로 갈 수 있었지만 비금도는 암태도에서 다시 배를 타고 40분을 가야 했다.

그렇게 도착한 비금도는 휴가철이어서 그런지 제법 관광객들이 많았다. 그들은 대체로 자기 차를 배에 싣고 섬을 찾았지만, 섬에 차를 갖고 들어가기에는 제한적이었다. 덕분에 나는 한적한 도로를 마음 놓고 달릴 수 있었다. 비금도에는 논 말고도 염전이 많았고 끝없이 펼쳐진 해수욕장과 바위산을 볼 수도 있었다. 특산물은 천일염과 시금치라는데 정작 시금치밭은 못 보았고 대신 논과 파밭이 보였다.

비금도는 아직 뭍과 떨어진 섬으로 남아 있기에 그곳에서 고요함과 한적함을 느끼며 쉬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앞으로 몇 해 뒤면 비금도와 암태도를 연결하는 다리가 생길 예정이라고 한다. 비금도는 이미 지난 1996년에 이웃 섬 도초도와 연결되었지만 이번 연도 사업은 그때와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비금도와 연결하려는 암태도는 이미 천사대교를 통해 압해도와 연결되었고 압해도는 다시 압해대교를 통해 목포와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즉 몇 해 뒤면 목포에서 차를 타고 단번에 비금도를 갈 수 있게 되고, 비금도는 뭍으로 변하는 셈이다.

섬이 뭍으로 변하는 것은 좋은 일일까? 섬사람들은 당연히 그렇다고 말할 것이고 여행객들 역시 섬을 편하게 갈 수 있으니 환영할 것이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 보면 다리가 놓이는 것이 섬사람들에게 반가운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다리가 놓이면 섬은 이제 육지가 되지만 문제는 섬이 수많은 인파를 감당할 수 있냐는 점이다. 섬은 기본적으로 고립된 땅이기에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의 한계가 정해져 있다. 한 예를 들어 보자. 지난해 5월 6일 한 일간지는 보령 해저터널이 개통되면서 원산도는 뭍이 되었지만 정작 주민들은 몰려오는 관광객들 때문에 불편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쓰레기와 절도 피해, 차 소리로 인한 소음 피해 등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비금도와 암태도 간 연도교 건설을 반대한다는 것은 아니다. 섬 주민에게 있어 연륙·연도교의 건설은 섬의 위급한 환자를 뭍으로 옮기는 일과도 관련된, 다시 말해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다. 외지 사람인 내가 함부로 섬 고유의 정취가 사라진다는 이유로 반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연륙된 섬 대부분이 몰려드는 외지인들 때문에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해지고, 섬 주민들 역시 심한 불편을 겪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다.

그렇다면 해답은 무엇일까? 나는 연륙·연도교의 경우 다리가 건설되기 이전 차도선이 다니던 수준으로 차량 통행을 제한해야 한다고 본다. 다리 입구에 차단기를 설치해 등록된 섬 주민들의 차량은 제한 없이 드나들게 하되, 외지 차량들은 하루에 일정 대수만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이러한 조치가 섬 주민과 외지인 모두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최근 신안군은 비금도 외에도 장산도와 신의도(상하태도)에 연도교를 건설하고 먼 바다에 있는 흑산도에는 소형 공항을 건설하기 위한 대규모 토목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섬 주민들의 복지를 위해 노력하는 신안군에 박수를 보내야 마땅하겠지만 때로는 일련의 사업들이 ‘과잉 관광’(overtourism)의 심각성이 간과된 채 성급하게 추진되는 것은 아닌가 싶다.

비단 신안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부디 지자체에서 섬을 개발하는 토목 사업을 진행할 때, 그것이 섬을 찾는 이와 섬에 거주하는 주민 양쪽 모두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신중히 고려한 다음 정책을 추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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