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4강에 다시 오르려면- 황주홍 전 국회의원·건국대 교수
2022년 12월 30일(금) 01:00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는 희망을 보았고, 절망의 높이도 확인하였다. 4년 뒤에는 2002년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누구도 예단할 수 없는 불확실의 영역이지만, 그 결과가 우리에게 달려 있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하다. 현재 28위인 한국 축구 랭킹이 10위권으로 진입해야 뭘 도모해 볼 수 있을텐데, 이를 위해 뭘 해야 할까.

한국인 감독을 선임하고, 히딩크와 벤투 때처럼 그에게 전권을 부여하고 4년 임기를 보장해 주는 일이 급선무다. 한국말을 모르고 한국 축구를 모르는 유럽 감독에 의한 기술적 ‘대입’(代入) 방식의 한계가 없지 않았다. ‘나는 없고 우리만 있다’는 축구에서 한국 에토스를 결여한 외국인 감독이 ‘팀 스피리트’를 완전체로 끌어올리는 건 쉬운 일일 수 없다. 일본을 포함해서 16강에 오른 나라들 중 외국인 감독을 쓴 나라는 한국밖에 없었다. 이번에 출전한 아프리카 5개국도 모두 자국 감독들이었다.

완벽에 이르는 유일 경로는 언제 어디서나 ‘연습로(路)’이다. 한국 축구는 체계적 훈련과 연습이 정말 많이 필요하다. ‘유럽의 펠레’로 불리던 프랑스의 득점왕 미셸 플라티니는 1.6게임당 1골씩 넣어 대던 자신의 비결 세 가지를 털어 놓았다. 연습, 연습, 또 연습이라는 거였다. 어릴 때부터 공을 가지고 살다시피하니까 랭킹 1위 브라질이고, 월드컵 우승국 아르헨티나인 것이다. 오늘의 손흥민을 있게 한 것도 아버지가 아니라 연습이었다.

한국 축구의 ‘밥’이던 일본이 어느덧 우리의 롤 모델이 되었다. 오직 양국 협회의 차이 때문이다. 우리 축구협회도 좀 변하고 멀리 내다볼 줄 알았으면 좋겠다. 일본은 J리그 출범(1993년)과 함께 무려 ‘100년 구상’을 내놓았다. ‘일본의 길’(2005년)을 밝히면서는 2050년 월드컵 우승이라는 목표까지 제시했다. 선수와 감독만 축구를 하는 것 같지만, 협회도 축구를 하고 축구 그 이상을 해야 한다.

협회는 K리그에 관중이 가득차게 해야 한다. 야구가 하는데 축구라고 못 할 게 없고, J리그는 하는 데 K리그가 못 할 바 없다. ‘축구 붐’ 없는 축구 강국은 망상일 뿐이다.

협회의 지부로 유럽 대표부를 세우되, 지금의 신문로 협회 규모로 통 크게 했으면 좋겠다. 박지성 같은 스타를 유럽 대표부 책임자로 영입해서, 초중고를 비롯한 각급 선수들의 해외 진출, 전지훈련, 유럽 내 A매치 유치 등을 전담케 하는 것이다.

파주 트레이닝센터 같은 대표팀 훈련장을 런던 교외에 조성해서 ‘탈아’(脫亞)하는 것 또한 절실하다. 유럽 축구를 잡으려면 유럽으로 가야 한다. 국가대표, 올림픽대표, U-20·18·15 대표를 담금질하는 홈 캠프를 마련하는 것이다. 한국 축구의 내일은 파주보다 런던 훈련장을 더 자주 활용할 때 시작될 것이다.

최근 ESPN은 2026년 북중미 월드컵에서 일본이 A급, 한국은 B급 성적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유럽 진출 선수가 한국은 현재 8명인 반면, 일본은 19명이다. 일본에는 고교 팀이 4000개인데, 한국은 200개에 불과하다. 그 일본이 한번도 못한 4강을 다시 하려면 위에 언급한 ‘조건들’에 지금 착수해야 한다. 이 조건들이 출발점이자 끝점이다.

다음 월드컵 때까지 우리 엔트리 26명이 다 유럽 진출 선수들이면 8강이고, 선발 11명 전원이 손흥민·이강인 클래스이면 4강 신화를 또 작성하는 거다. 기적이 아닌 실력으로 말이다. 우연한 4강 같은 건 믿을 게 못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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