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여행기록물 ‘호남여행기’ 발간
2022년 12월 18일(일) 19:05
산천 모양·촌락 위치 등 기록
당시 광주·전남 생활상 가늠자
오늘 광주교육청서 책자 기증식
“대곡촌(大谷村)의 경계를 경유하여 2백 미터 정도 가면 오른쪽 들판 중턱의 골짜기를 건너서 용호동(龍虎洞)이 나오는데 호구는 20 남짓이다. 꽤 부유한 것처럼 보인다, 이것에서 1킬로미터 남짓 더 나아가면 평교촌(坪橋村)에 이른다. 호구는 20 남짓이다. 그곳은 북쪽으로 작은 들판이 가로놓여 있는 평범한 골짜기이다. 야록(野鹿)에서 논밭을 일구는데, 토양은 대체로 기름지다. 일반 주민의 생계는 매주 좋다고 하는데, 가옥의 구성이 웅장하고 화려하다.”

위 내용은 일본인 마스다 고조가 1880년대 말 광주를 여행하고 쓴 기록이다. 마스다 고조는 일본 미야자키현 출신으로 부산상법회의소(오늘날 상공회의소) 서기로 근무했다. 그에 대한 기록은 그것이 전부다.

1880년대 말 일본인 마스다 고조의 여행기가 한 권의 책으로 출간돼 눈길을 끈다.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이사장 김덕진)은 일본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여행기록물 ‘호남여행기’를 편찬했다. 책은 광주지역의 유무형 역사문화자원에 대한 조사 연구사업 일환으로 기획됐다. 재단은 일본어와 한문으로 작성된 자료는 번역을 하고 해설과 원문을 추가했다. 또한 한글로 작성된 자료도 현대문으로 수정하고 해설을 추가해 수록했으며 해제는 정성일 광주여대 교수가 맡았다.

마스다 고조의 여행기는 일반적인 일본인들의 인식과는 변별되는 점이 많다. 무엇보다 그는 조선인에 대한 ‘멸시’나 ‘차별’을 드러내는 표현을 잘 쓰지 않았다.

마스다 고조는 여행기 첫 머리에서 “이 책은 기사의 문체(文體)를 중시하지 않고 오로지 실지(實地) 산천(山川)의 모양과 촌락(村落)의 위치(位置), 체재(體裁) 등을 기록하는 데 그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이를 통상(通商)의 일을 맡은 사람의 길잡이로 쓸 수 있게 하여 행상(行商)을 하려는 사람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과(조선의) 내지(內地) 촌락의 체재라든가 상업 활동의 실태 등을 알려주는 편의를 도모하는 데 있으니, 문체의 졸렬함을 나무라지 않으면 다행이겠다”고 언급한다.

책에는 광주를 비롯해 창평현, 남평현, 나주, 무안현, 영암군, 해남현, 진도군, 강진현, 장흥부, 보성군, 낙안군, 순천부, 광양현, 구례현이 등장한다. 전라북도인 운봉현, 남원부, 임실현, 전주 등에 관한 기록도 나와 있다.

광주 고지도 - 광여도
특히 당시 광주에 대한 기록도 자세히 나와 있어 당대의 생활상을 가늠할 수 있게 한다. 그는 사람들의 기질을 “온순하고 부드러우며 순박하고 솔직함”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파종시기는 3월 15일 무렵이며 경운법은 소 쟁기질 3회, 모내기 앞두고 가래로 고르기를 한다고 돼 있다. 모내는 시기는 4월 말이며 늦은벼는 5월 중이다.

흥미로운 점은 연료법, 산림벌채법도 자세히 나와 있다. 당시 연료 가격은 땔나무 1짐 50문, 숯 1짐 260문으로 돼 있다. 산림은 자유롭게 벌채를 하지만 창평, 남평, 광주 사이에 있는 무등산은 관유(官有)라서 따로 산번(山番)을 두고 공급하는데 솔가지와 잡초를 베어내고 벌채하는 것은 허락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이밖에 책에는 1880년대 말 호남 지역의 산천, 촌락, 체재, 거리와 인구, 농업과 상업의 실태, 생활수준과 옷차림 등이 기술돼 있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물품과 그곳에 사는 주민들의 기질과 지역민의 성향도 자세하게 나와 있어 호남지역의 자연과 인문 환경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김덕진 이사장은 “기존의 여행기가 설화나 명문가 중심의 기록이었다면 이 책은 호남지역의 지형지리에 대한 정보는 물론이고 농촌의 생산인구 구성과 생산물의 분포·유통·가격 등을 다루고 있어 당시 호남의 경제구조도 들여다 볼 수 있다”고 의미를 밝혔다.

한편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은 19일 오전 10시30분 광주시교육청 2층 교육감실에서 이정선 광주시 교육감과 함께 ‘호남여행기’ 책자 기증식을 갖고 각 초·중·고에 우선 비치되도록 할 예정이다. 또한 국공립도서관과 문화해설사, 문화기관 등에도 배포할 계획이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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