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함 풀 것” 여운환씨 33년만에 재심 청구
2025년 09월 22일(월) 20:55
1992년 국제PJ파 관련 징역 4년
“1986년엔 국제호텔 존재 안해”
광주지법에 22일 새 증거 제출
여씨측 “훼손된 명예 회복 기대”

여운환씨 측에서 새로운 증거로 제출한 국제관광호텔 폐쇄등기부 증명서.

1992년 이른바 ‘국제PJ파 사건’으로 징역 4년형을 확정받았던 여운환(71)씨가 33년 만에 재심을 청구했다.

여씨 측 변호인은 22일 광주지법에 지난 1992년 여씨에 대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징역 4년형을 확정한 대법원 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다.

여씨는 당시 폭력 조직인 국제PJ파의 ‘자금책 겸 두목의 고문급 간부’로서 활동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여씨가 1986년 말께 자신이 운영하던 국제관광호텔 오락실(파칭코)의 영업을 보호받는 대가로 국제PJ파에 자금을 지원했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이었다.

여씨 측은 새로운 증거를 발견한 데 따라 기존 유죄 판단의 핵심적인 전제가 되는 ‘대가성’과 ‘이익’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이 입증돼 재심을 신청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여씨 측은 국제관광호텔 폐쇄등기부 증명서, 국제관광호텔 영업의 경력 사실증명원, 신라당 폐업사실증명 등을 새로운 증거로 제출했다.

이들 증거물에는 국제관광호텔이 1988년 12월에야 영업허가를 받았고 1989년 1월에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증거대로라면, 여씨 측이 국제PJ파에 ‘오락실 영업 보호’ 대가로 자금 지원을 했다는 시점인 1986년 말께에는 애초 국제관광호텔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 변호인 측 주장이다.

여씨 측은 또 여씨가 1990년 1월 이후에 국제관광호텔 오락실 주주로 참여했으며, 오락실 운영 체계도 호텔 측 직영 방식이었다고 설명했다.

여씨 측은 또 대법원이 여씨를 국제PJ파의 자금책, 고문급 간부로서 구성원으로 활동했다고 결론내린 데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여씨의 유죄 입증 자료로 쓰인 증거들은 국제PJ파를 조직한 김모씨와 그 외 증인들의 증언·피의자 신문조서·진술조서, 여씨가 일본 오사카에서 거행된 일본국 야쿠자 조직 시카스키의식에 참석했다는 영상 검증조서 등이다.

이 중 김씨의 증언에는 여씨가 국제PJ파 구성원으로 활동했다는 내용이 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김씨의 증언에 대해 ‘처벌을 회피하기 위한 진술’이라며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다는 것이 여씨 측 주장이다.

또 그 외 증언과 진술, 영상 검증조서 등은 재판에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시됐거나 여씨가 국제PJ파의 조직원이라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도 했다.

여씨 측 변호인은 “존재하지도 않던 사업장의 영업 보호를 대가로 폭력조직에 자금을 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고, 판결의 핵심 전제인 ‘대가’와 ‘동기’ 자체를 부정하는 명백한 증거”라며 “재심을 통해 자신에게 덧씌워진 누명을 벗고, 30년 전 잘못된 판결로 인해 훼손된 명예와 사법 정의가 회복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여씨는 지난 2017년에도 재심을 청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여씨는 검사 측이 제출한 공판 기일 전 증인신문조서가 법정 증인신문 없이 이뤄져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변호인 측이 제출한 증인신문조서를 바탕으로 유죄를 판정했던 것이므로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여씨 사건은 홍준표(전 대구시장) 당시 광주지검 강력부 검사가 여씨를 국제PJ파 두목으로 보고 기소한 사건이다. 당시 재판부는 여씨가 국제PJ파 두목이라는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으나, 자금책·고문급 간부로 활동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선고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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