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신상-유제관 편집담당1국장
2022년 12월 16일(금) 01:00
2002 한일 월드컵의 ‘골든 볼’(최우수선수상) 수상자는 브라질을 우승으로 이끈 호나우두가 아니다. 독일의 골키퍼 올리버 칸이다. 칸은 눈부신 선방으로 독일을 결승전까지 이끌었고 골키퍼가 경기의 승패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보여 줬다. 그는 골든볼에 이어 ‘야신상’도 수상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1994 미국 월드컵부터 대회 최우수 골키퍼에게 야신상을 주고 있다. 축구 역사상 최고의 골키퍼인 옛 소련의 레프 야신을 기리기 위해 만든 상이다. 지금은 ‘골든 글러브’로 명칭이 바뀌었는데, 부폰·카시야스·노이어 등 당대 최고 골키퍼들이 수상의 주인공이 됐다. 야신은 공식 경기에서만 페널티킥(PK)을 150번 이상 막아 내 방어율이 50%를 넘었다고 한다. 그를 상대로 PK 골을 넣으려면 동전 던지기와 다름없는 운에 맡겨야 했다는 말이다. 펠레도 두려워했다는 그는 1963년 골키퍼로서는 유일하게 발롱도르를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16강전부터 8강전까지 유독 승부차기까지 이어지는 경기가 많았다. 브라질·스페인·네덜란드 등 우승 후보들이 결국 PK로 울었고 ‘PK 장인’이라는 잉글랜드의 케인은 공을 허공에 날려 일생일대의 우승 기회를 놓쳤다. 이번 대회에서는 이름도 야신이고 실력도 야신인 모로코 골키퍼 야신 부누 선수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는 준결승에서 프랑스에 두 골을 내줬지만 8강전까지 단 한 차례도 상대에게 골을 허용하지 않았고, 특히 세 번의 PK를 모두 막아 내 ‘신의 손’임을 증명했다.

또 다른 4강 팀 크로아티아의 선전에도 골키퍼 리바코비치의 눈부신 선방이 있었다. 그는 16강전과 8강전에서 PK를 무려 네 개나 막아냈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25%였던 PK 방어율이 카타르월드컵에서 36%로 높아진 것은 야신 부누와 리바코비치 두 골키퍼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로코와 크로아티아는 아쉽게도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야신과 리바코비치 골키퍼가 올리버 칸처럼 골든볼을 수상할 가능성도 사라졌고 이제 ‘야신상’ 경쟁만 남았다. 결승에 오른 아르헨티나의 마르티네스와 프랑스의 요리스도 만만찮은 경쟁 후보다.

/유제관 편집담당1국장 jk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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