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과 배려의 말- 박진영 공감커뮤니케이션연구소 대표
2022년 12월 16일(금) 00:30 가가
스포츠 스타들은 미디어 인터뷰에 나오는 일이 보통의 정치인보다 많다. 신경이 쓰일 것이다. 우승 소감을 인터뷰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1등을 포기하고 2등을 한다는 선수가 있을 정도다. 경기가 끝난 뒤에 하는 인터뷰는 즉흥적이다. 충분히 준비해서 말을 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아차 하는 순간 말실수가 일어나기 쉽다. 자칫 심각한 실언을 하면 치명타를 입는다. 이를 피하려면 인터뷰에 응하는 방법을 잘 훈련해 둘 필요가 있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국가대표 축구대표팀 주장을 맡은 손흥민 선수가 12월 6일 카타르 매체 ‘비인 스포츠’(beIN SPORTS)와 한 인터뷰가 화제다. 이 매체가 공식 트위터 계정에 ‘카타르 월드컵 탈락에 대한 손흥민의 생각’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인터뷰를 보면 손흥민 선수는 경기력도 뛰어나지만, 인터뷰 실력도 세계 수준급이다.
기자는 이렇게 물었다.
“오늘 굉장히 힘든 경기였다. 전반전은 후반전보다 좋지 않았던 것 같다. 포르투갈전과 비교했을 때 오늘 한국 대표팀 선수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한국 대표팀은 포르투갈 전에서 전반에 선취점을 내줬으나 곧바로 만회했고, 후반 추가 시간에 추가 득점을 해 2대 1로 역전승했다. 그렇게 해서 오른 16강전에서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브라질을 만나, 1대 4로 크게 졌다. 비인 스포츠 기자의 질문은 전반전에서 부진이 누구 때문이냐는 함정을 판 질문이었다.
기자는 대량 실점 책임이 손흥민 본인이 아닌 다른 누구에게 있는지 말하기를 기대하고 질문한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 선수는 기자의 질문 의도가 불편하다는 듯 얼굴을 살짝 찌푸리고는, “아니다. 우리는 모든 걸 바쳤다. 그런 식으로 우릴 비난하지 말아달라”고 대답했다. 주장으로서 모든 선수를 감싸는 말이었다.
사람의 대화에는 나, 상대방, 그리고 제3자가 등장할 수 있다. 말을 잘 하는 기본은 배려를 잃지 않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대방이나 내가 거론하는 제3자의 처지에서 내가 하는 말이 어떻게 들릴지 생각해 봐야 한다.
‘용재총화’에 조선 세종 때 판중추부사 민대생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가 아흔 살을 맞은 해 설날에 조카, 손자들의 세배를 받았다. 그중 한 조카가 “백세를 누리세요”라고 했다. 그러자 민대생이 “그런 박복한 말이 어디 있느냐?”면서 조카를 내쫓았다고 한다. 그 다음 사람이 들어가 절을 하면서 “백살까지 사시고, 또 한 번 백세를 누리십시오”라고 하자, 민대생은 “축수를 하려면 그렇게 해야 도리”라고 기뻐하며 음식을 잘 차려 먹여 보냈다고 한다. 아흔 살까지 산 노인도 10년만 더 살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영원히 살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이다. 배려란 그걸 충분히 헤아리는 것이다.
배려가 부족한 말은 칭찬받지 못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꼭 필요한 배려를 결여한 경우가 그렇다. 더 심각한 것은 험담이다. 나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는 말이다. 이는 그 자체로 뒷탈을 일으키는 말실수라 할 만하다. 만약 손흥민 선수가 브라질 전에서 전반전에 네 골을 먹을 정도로 부진했던 책임을 다른 선수들에게 돌렸다면 어떻게 됐을까? 당사자의 반발이 나오고, 서로 험담이 확산되는 불쏘시개가 되었을 수 있다. 사람들은 골을 넣지 못한 손흥민 선수에게 도리어 비난을 집중했을 지도 모른다. 손흥민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리고 후반전에 투입된 젊은 선수들에 대해 “그들이 자랑스럽다. 어린 선수들에게 첫 월드컵 출전은 쉽지 않다. 우리나라를 위해 훌륭한 일을 했다”고 말했다. 손흥민의 이 말은 그가 주장으로서 팀의 조직력을 상당히 끌어올렸을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손흥민이 자주 하는 말은 무엇일까? 밝은 표정에 상대에게 늘 감사하다고 표현한다. 배려하는 말 습관은 훈련을 통해 기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진정 몸에 배게 하려면, 마음까지 다스려야 한다. 마음에 있으니, 말이 되어 나오는 것이다. 손흥민 같은 뛰어난 선수가 말이 멋지고 마음 씀씀이까지 아름다우니, 즐거움이 갑절이다. 정치인들이 그의 말에서 무언가 배우는 게 있으면 좋겠다.
“오늘 굉장히 힘든 경기였다. 전반전은 후반전보다 좋지 않았던 것 같다. 포르투갈전과 비교했을 때 오늘 한국 대표팀 선수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한국 대표팀은 포르투갈 전에서 전반에 선취점을 내줬으나 곧바로 만회했고, 후반 추가 시간에 추가 득점을 해 2대 1로 역전승했다. 그렇게 해서 오른 16강전에서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브라질을 만나, 1대 4로 크게 졌다. 비인 스포츠 기자의 질문은 전반전에서 부진이 누구 때문이냐는 함정을 판 질문이었다.
사람의 대화에는 나, 상대방, 그리고 제3자가 등장할 수 있다. 말을 잘 하는 기본은 배려를 잃지 않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대방이나 내가 거론하는 제3자의 처지에서 내가 하는 말이 어떻게 들릴지 생각해 봐야 한다.
‘용재총화’에 조선 세종 때 판중추부사 민대생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가 아흔 살을 맞은 해 설날에 조카, 손자들의 세배를 받았다. 그중 한 조카가 “백세를 누리세요”라고 했다. 그러자 민대생이 “그런 박복한 말이 어디 있느냐?”면서 조카를 내쫓았다고 한다. 그 다음 사람이 들어가 절을 하면서 “백살까지 사시고, 또 한 번 백세를 누리십시오”라고 하자, 민대생은 “축수를 하려면 그렇게 해야 도리”라고 기뻐하며 음식을 잘 차려 먹여 보냈다고 한다. 아흔 살까지 산 노인도 10년만 더 살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영원히 살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이다. 배려란 그걸 충분히 헤아리는 것이다.
배려가 부족한 말은 칭찬받지 못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꼭 필요한 배려를 결여한 경우가 그렇다. 더 심각한 것은 험담이다. 나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는 말이다. 이는 그 자체로 뒷탈을 일으키는 말실수라 할 만하다. 만약 손흥민 선수가 브라질 전에서 전반전에 네 골을 먹을 정도로 부진했던 책임을 다른 선수들에게 돌렸다면 어떻게 됐을까? 당사자의 반발이 나오고, 서로 험담이 확산되는 불쏘시개가 되었을 수 있다. 사람들은 골을 넣지 못한 손흥민 선수에게 도리어 비난을 집중했을 지도 모른다. 손흥민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리고 후반전에 투입된 젊은 선수들에 대해 “그들이 자랑스럽다. 어린 선수들에게 첫 월드컵 출전은 쉽지 않다. 우리나라를 위해 훌륭한 일을 했다”고 말했다. 손흥민의 이 말은 그가 주장으로서 팀의 조직력을 상당히 끌어올렸을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손흥민이 자주 하는 말은 무엇일까? 밝은 표정에 상대에게 늘 감사하다고 표현한다. 배려하는 말 습관은 훈련을 통해 기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진정 몸에 배게 하려면, 마음까지 다스려야 한다. 마음에 있으니, 말이 되어 나오는 것이다. 손흥민 같은 뛰어난 선수가 말이 멋지고 마음 씀씀이까지 아름다우니, 즐거움이 갑절이다. 정치인들이 그의 말에서 무언가 배우는 게 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