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어른’ 이명한 문학 반세기 집대성
2022년 12월 14일(수) 19:35 가가
‘92세’ 한국 문단 최고령…광주 시민사회 원로
작가 등 각계 36명 간행위 꾸려 중단편전집 발간
80년대 군사정권 시절 민주화운동 등 활동 활발
총 5권 구성…17일 전일빌딩245서 출판기념회
작가 등 각계 36명 간행위 꾸려 중단편전집 발간
80년대 군사정권 시절 민주화운동 등 활동 활발
총 5권 구성…17일 전일빌딩245서 출판기념회
요즘 시대는 어른이 없다고들 한다. 어른다운 어른이 없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온 지는 꽤 오래됐다. 그만큼 존경을 받고 사표가 될 만한 분이 없다는 것을 이르는 것일 테다.
그러나 광주에는 어른이 있다. 한국 문단 최고령 작가인 이명한 선생(92·사진)은 광주 시민사회의 원로이자 어른이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분단과 군사독재 정권의 시절을 온몸으로 겪어왔지만 문인으로서의 지조를 잃지 않았다.
이명한 작가의 등단 반세기를 기념해 최근 중단편전집이 발간돼 화제다.
문학들 출판사에서 발간한 ‘이명한 중단편전집’(5권)은 역사의식과 시대정신을 추구한 리얼리즘 작품의 면모를 볼 수 있다.
이번 전집은 여러 면에서 의미가 있다. 다른 무엇보다 소설가, 문학평론가, 통일운동가, 시인, 화가, 문화운동가, 민중음악가 등 각계 36명이 간행위원회를 꾸려 발간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각계를 아우르는 이들이 존경의 마음을 담아 간행위에 참여했다는 것은 그만큼 선생의 품이 넓고 인품이 훌륭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명한 문학 반세기’를 기념하고자 마음을 한데 모은 이들은 한승원 소설가를 비롯해 임헌영 문학평론가, 문순태 소설가, 김준태 시인, 백수인 시인, 고재종 시인, 윤만식 문화운동가, 김경주 화가 등이다.
채희윤 작가(전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장)는 “선생은 격동의 근현대사 한 가운데를 관통해오면서도 영원한 ‘문학 청년’의 기개와 아울러 작가적 사명을 실천했다”고 말했다.
전집 간행 시작은 올해 3월 간행위가 구성되면서 급물살을 탔다. 이승철 시인과 송광룡 시인 등이 주축이 돼 여기저기 지면에 흩어져 있던 작품들을 모으기 시작됐다. 국회도서관과 중앙도서관 등의 자료를 검색해 일일이 원본을 찾았다.
그렇게 해서 모두 5권으로 이 작가의 전집이 완성된 것.
5권 후반부에 ‘이명한 작가의 삶과 그 문학적 생애’를 쓴 이승철 시인(한국문학사 연구가)은 “역사를 두려워하는 자세, 작가로서의 책임감을 마다하지 않는 ‘청년정신’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분을 우리는 ‘원로’라고 칭한다”며 “이명한 작가는 한국문학에 생명의 나무를 심어 ‘광주전남 문학’의 뿌리와 숲을 풍성하게 만든 우리시대의 ‘원로’라고 말하고 싶다”고 전집 발간 의미를 부여했다.
이 작가는 1931년 전남 나주시 봉황면에서 아버지 이창신(이석성), 어머니 김순애 사이에서 1남 2녀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의 부친은 일제 강점기 민족해방 정신을 추구했던 나주의 대표 문인이다. 소설 ‘제방공사’가 ‘신동아’(1934년 10월~12월호)에 게재될 만큼 문학적 재능을 인정받았다.
부전자전이라는 말은 이에서 통용될 듯 싶다. 이 작가 또한 부친의 영향으로 이십대에 문학에 심취했다.(이 작가의 아들 이철영도 작가로 활동한다)
그러나 문단 데뷔는 늦었다. 그는 1975년 ‘월간문학’ 신인상 당선으로 한국문단에 얼굴을 알렸다. 이에 앞서 1973년 한승원, 주동후, 김신운, 이계홍 작가 등과 광주에서 ‘소설문학동인회’ 활동을 계기로 동인지 ‘소설문학’에 ‘효녀무’를 발표했다. 이후 문순태, 송기숙, 설재록, 이지흔 작가 등과 함께 ‘소설문학’ 동인 활동을 지속했다. 광주 조대부고 국어교사로 10년간 재직했으며, 광주 동명동에서 한약방을 운영했다.
반세기 동안 작가로서의 삶을 살아온 그는 일이관지(一以貫之)의 문학정신을 견지했다. 그것은 다름아닌 역사의식과 시대정신이었다.
5권으로 구성된 이번 전집은 각각의 주제의식을 담고 있다.
제1권 ‘효녀무’는 등단 무렵부터 1979년 10·26으로 ‘유신체제’가 붕괴될 때까지를 아우른다. 전통과 현대의 충돌, 몰가치한 현실, 근대화 과정에서 소외된 하류 인생들의 애환과 생존의지를 담은 작품들이 수록돼 있다.
제2권 ‘진혼제’와 제3권 ‘기다리는 사람들’은 5·18민중항쟁과 1987년 6월 시민항쟁을 겪은 작가가 민주화운동에 투신하던 시기에 창작한 작품들이다. 역사와 권력의 폭력에 대한 저항정신을 엿볼 수 있다.
제4권 ‘은혜로운 시간’과 제5권 ‘겨울나기’는 ‘반복된 역사의 비극 방지’라는 작가의 철학과 생명력을 담아낸 소설이 게재돼 있다.
작가는 1987년 이후 광주전남민족문학인협의회 공동의장, 민족작가회의 자문위원, 한국문학평화포럼 회장, 6·15공동위원회 남측공동대표 등 문학예술운동과 사회운동을 병행했다. 문단사와 시민사회 등에 그의 발이 닿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이번 전집에는 김영삼 평론가의 신작 해설 ‘시간의 지층을 넘어’와 장일구 평론가(전남대 교수)의 해설 ‘삶의 이야기, 그 서사적 자유’가 실려 있어, 이 작가의 삶과 문학적 의미 등을 다채롭게 들여다볼 수 있다.
이 작가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간행위가 꾸려져 이미 출간 작업이 진행돼 있었다”며 “부족하지만 이렇게 작품들을 엮을 수 있게 도움을 준 이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한편 출판기념회가 오는 17일 오후 4시 30분 전일빌딩245, 9층 다목적 강당에서 열린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그러나 광주에는 어른이 있다. 한국 문단 최고령 작가인 이명한 선생(92·사진)은 광주 시민사회의 원로이자 어른이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분단과 군사독재 정권의 시절을 온몸으로 겪어왔지만 문인으로서의 지조를 잃지 않았다.
문학들 출판사에서 발간한 ‘이명한 중단편전집’(5권)은 역사의식과 시대정신을 추구한 리얼리즘 작품의 면모를 볼 수 있다.
이번 전집은 여러 면에서 의미가 있다. 다른 무엇보다 소설가, 문학평론가, 통일운동가, 시인, 화가, 문화운동가, 민중음악가 등 각계 36명이 간행위원회를 꾸려 발간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각계를 아우르는 이들이 존경의 마음을 담아 간행위에 참여했다는 것은 그만큼 선생의 품이 넓고 인품이 훌륭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전집 간행 시작은 올해 3월 간행위가 구성되면서 급물살을 탔다. 이승철 시인과 송광룡 시인 등이 주축이 돼 여기저기 지면에 흩어져 있던 작품들을 모으기 시작됐다. 국회도서관과 중앙도서관 등의 자료를 검색해 일일이 원본을 찾았다.
그렇게 해서 모두 5권으로 이 작가의 전집이 완성된 것.
5권 후반부에 ‘이명한 작가의 삶과 그 문학적 생애’를 쓴 이승철 시인(한국문학사 연구가)은 “역사를 두려워하는 자세, 작가로서의 책임감을 마다하지 않는 ‘청년정신’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분을 우리는 ‘원로’라고 칭한다”며 “이명한 작가는 한국문학에 생명의 나무를 심어 ‘광주전남 문학’의 뿌리와 숲을 풍성하게 만든 우리시대의 ‘원로’라고 말하고 싶다”고 전집 발간 의미를 부여했다.
이 작가는 1931년 전남 나주시 봉황면에서 아버지 이창신(이석성), 어머니 김순애 사이에서 1남 2녀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의 부친은 일제 강점기 민족해방 정신을 추구했던 나주의 대표 문인이다. 소설 ‘제방공사’가 ‘신동아’(1934년 10월~12월호)에 게재될 만큼 문학적 재능을 인정받았다.
부전자전이라는 말은 이에서 통용될 듯 싶다. 이 작가 또한 부친의 영향으로 이십대에 문학에 심취했다.(이 작가의 아들 이철영도 작가로 활동한다)
그러나 문단 데뷔는 늦었다. 그는 1975년 ‘월간문학’ 신인상 당선으로 한국문단에 얼굴을 알렸다. 이에 앞서 1973년 한승원, 주동후, 김신운, 이계홍 작가 등과 광주에서 ‘소설문학동인회’ 활동을 계기로 동인지 ‘소설문학’에 ‘효녀무’를 발표했다. 이후 문순태, 송기숙, 설재록, 이지흔 작가 등과 함께 ‘소설문학’ 동인 활동을 지속했다. 광주 조대부고 국어교사로 10년간 재직했으며, 광주 동명동에서 한약방을 운영했다.
반세기 동안 작가로서의 삶을 살아온 그는 일이관지(一以貫之)의 문학정신을 견지했다. 그것은 다름아닌 역사의식과 시대정신이었다.
5권으로 구성된 이번 전집은 각각의 주제의식을 담고 있다.
제1권 ‘효녀무’는 등단 무렵부터 1979년 10·26으로 ‘유신체제’가 붕괴될 때까지를 아우른다. 전통과 현대의 충돌, 몰가치한 현실, 근대화 과정에서 소외된 하류 인생들의 애환과 생존의지를 담은 작품들이 수록돼 있다.
제2권 ‘진혼제’와 제3권 ‘기다리는 사람들’은 5·18민중항쟁과 1987년 6월 시민항쟁을 겪은 작가가 민주화운동에 투신하던 시기에 창작한 작품들이다. 역사와 권력의 폭력에 대한 저항정신을 엿볼 수 있다.
제4권 ‘은혜로운 시간’과 제5권 ‘겨울나기’는 ‘반복된 역사의 비극 방지’라는 작가의 철학과 생명력을 담아낸 소설이 게재돼 있다.
작가는 1987년 이후 광주전남민족문학인협의회 공동의장, 민족작가회의 자문위원, 한국문학평화포럼 회장, 6·15공동위원회 남측공동대표 등 문학예술운동과 사회운동을 병행했다. 문단사와 시민사회 등에 그의 발이 닿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이번 전집에는 김영삼 평론가의 신작 해설 ‘시간의 지층을 넘어’와 장일구 평론가(전남대 교수)의 해설 ‘삶의 이야기, 그 서사적 자유’가 실려 있어, 이 작가의 삶과 문학적 의미 등을 다채롭게 들여다볼 수 있다.
이 작가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간행위가 꾸려져 이미 출간 작업이 진행돼 있었다”며 “부족하지만 이렇게 작품들을 엮을 수 있게 도움을 준 이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한편 출판기념회가 오는 17일 오후 4시 30분 전일빌딩245, 9층 다목적 강당에서 열린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