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계산법- 장필수 사회담당 편집국장
2022년 12월 13일(화) 01:00 가가
한국인에게 나이는 단순히 생물학적 출생 연도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언제 태어났는지를 기준으로 친구와 선후배를 구분지어 호칭을 정하고 가부장적 서열을 결정짓는다. 유일하게 한국에만 나이를 세는 기준이 세가지나 있는 이유다.
국제 표준은 ‘만 나이’다. 태어난 날을 기준으로 몇 년 며칠이 지났다고 세는 ‘일할 계산법’으로 보험에 가입할 때 표기하는 방식이라고 해서 일명 ‘보험 나이’라고도 한다. 태어난 연도를 기준으로 하는 ‘연 나이’도 있다. 현재 연도에서 태어난 연도를 빼는 방식이다. 신문에 등장하는 사람의 나이를 표기할 때 사용하기 때문에 ‘신문 나이’라고도 하는데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나이다.
태어날 때 이미 한 살이 되고 해가 바뀌면 또다시 한 살을 더하는 ‘세는 나이’는 한국에만 있다 하여 ‘한국식 나이’라고 한다. 흔히 새해 떡국을 먹으면 한 살 더 먹는다고 하는 것이 세는 나이다. 동아시아 중화권 문화에서 비롯됐지만 이제는 한국만 세는 나이를 사용하고 있다.
세 가지 나이가 혼용돼 사용되다 보니 혼란이 일고 있다. 일상생활에서는 세는 나이가 대세이지만 법적·공적 사안에서는 만 나이가 사용되고 있다. 입학과 음주·흡연 등 청소년과 관련된 법을 적용할 때나 징집을 위한 병역법에선 연 나이를 사용한다.
미국 CNN은 ‘강남스타일’로 유명한 가수 싸이의 나이를 사례로 들어 한국의 복잡한 나이 계산법을 소개했다. 싸이는 1977년 12월 31일생으로 만 나이로는 44세지만 연 나이로는 45세가 되고 세는 나이로 하면 46세라는 것이다.
국회에서 민법 및 행정기본법 개정안이 통과돼 내년 6월부터는 별도 규정이 없는 경우 계약·법령에 표시된 나이는 만 나이로 간주하기로 했다. 당장 일상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금보다 한두 살 어려지니 반기는 사람들이 많다. 얼마 후 해가 바뀌면 떡국을 먹을 텐데 어린 자녀에게 나이를 줄여 설명해야 하는 데 대해 곤혹스럽다는 부모들도 있다고 한다. 어찌됐든 가부장적인 위계 질서를 깨 소통 활성화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장필수 사회담당 편집국장 bungy@kwangju.co.kr
태어날 때 이미 한 살이 되고 해가 바뀌면 또다시 한 살을 더하는 ‘세는 나이’는 한국에만 있다 하여 ‘한국식 나이’라고 한다. 흔히 새해 떡국을 먹으면 한 살 더 먹는다고 하는 것이 세는 나이다. 동아시아 중화권 문화에서 비롯됐지만 이제는 한국만 세는 나이를 사용하고 있다.
국회에서 민법 및 행정기본법 개정안이 통과돼 내년 6월부터는 별도 규정이 없는 경우 계약·법령에 표시된 나이는 만 나이로 간주하기로 했다. 당장 일상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금보다 한두 살 어려지니 반기는 사람들이 많다. 얼마 후 해가 바뀌면 떡국을 먹을 텐데 어린 자녀에게 나이를 줄여 설명해야 하는 데 대해 곤혹스럽다는 부모들도 있다고 한다. 어찌됐든 가부장적인 위계 질서를 깨 소통 활성화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장필수 사회담당 편집국장 bung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