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시인의 깊은 사유·절제된 언어 ‘시조의 미학’
2022년 12월 07일(수) 19:40
시조집 ‘나무의걸음’ 펴내
지난 2002년 ‘시조시학’ 신인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강경화 시인이 시조집 ‘나무의 걸음’(아꿈)을 펴냈다.

세 번째 시조집인 이번 작품집에는 생태적 정신이 고스란히 투영된 시조가 다수 수록돼 있다. 노창수 시인의 평대로 작품들은 “재기발랄한 일상적 발화와 함께 존재에 대한 생명주의적 지상을 노래하는 면”을 드러낸다.

생태적 정신은 한편으론 “제 상처 아프지 않게 제 잎 떨궈 덮는” 고통을 감내하는 모습으로 치환되기도 한다.

“어둠을 삼키며/ 나무가 걸어온다// 온전히 묻히지 못해/ 뿌리는 항상 까치발// 차가워 온기 한 줌 찾아/ 더듬더듬 길을 간다// 생의 줄기 밀어내어 한 발씩 내딛는 일은/ 앞서 내린 뿌리를 독하게 끊어내리는 일//(중략)// 닦지 못한 눈물이/ 하얗게 흩날린다/ 뿌리는 상처를 끌고// 발맘발맘/ 내게 온다”

표제시 ‘나무의 걸음’은 생태적 정신과 고통의 감내가 투영된 작품이다. 우리네 삶의 어느 일면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하다. 사유는 깊고 언어는 절제돼 있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간결함은 읽는 이에게 시조미학의 맛을 느끼게 한다.

이송희 시인은 “익숙한 듯 하면서도 낯선 감각과 따뜻한 감성으로 시상을 전개해가는 탄탄한서사가 돋보이는 시집”이라고 평한다.

한편 강경화 시인은 광신대 사회복지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1999년 ‘금호문화’ 우수상, 2019년 광주전남시조시인협회 무등시조문학상을 수상했다. 지금까지 ‘사람이 사람을 견디게 한다’, ‘메타세콰이어 길에서’ 등이 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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