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좋은 날이 더 많기를 - 김창균 빛고을고 교장
2022년 11월 16일(수) 00:30
처음엔 웃기지만 생각하게 만드는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의 올해 경제학상은 운(運)과 성공의 상관관계를 수학적으로 분석해 낸 이탈리아 카타니아대 연구진에게 돌아갔다. 능력이 있으면 성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성공에는 무작위성, 즉 ‘운’의 요소가 꽤 크다는 사실을 수학적으로 계량화한 공로였다.

미국 코널 대학의 로버트 프랭크 교수도 ‘실력과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당신에게’에서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말하려면 ‘실력’ ‘노력’ 그리고 ‘행운’의 세가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성공한 사람들에게서 발견되는 공통된 착각은 성공을 오직 좋은 머리로 열심히 노력한 결과물로만 여기는 것이다. 그는 성공의 이면에는 실제로 운이 있었음을, 예컨대 어떤 수저(국가, 부모)를 물고 태어났느냐가 성공을 가름하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는 점 등을 여러 사례 연구와 모의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물론 실력과 노력을 폄훼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오늘 누군가가 나무 그늘 아래에서 쉴 수 있다면, 다른 누군가가 오래 전에 그 나무를 심었기 때문’이니, 자신의 성공에는 사회의 도움이 있었음을 알고 사회로의 환원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특히 도전하는 상황에서는 운을 배제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않았다. 운은 그저 결과론일 뿐이니, 실패 요인을 불행에서 찾는다면 그 사람의 성공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뿐이라는 사실을 부각하였다.

경영 컨설턴트이자 경제 문학가인 보도 섀퍼는 ‘이기는 습관’에서 이를 경험적인 말로 바꾸었다. 사람들이 성공을 행운으로 돌리는 이유는 정말 운이 따른 덕분이라는 것이다. 실패를 수없이 거듭하다 보니 종종 실패하지 않는 운을 얻었고, 그 결과 성공에 도달했다는 점을 그는 강조하였다.

20세기 초 이탈리아 출신 한 디자이너의 일화가 있다. 그는 중요한 결정을 ‘동전 던지기’에 맡겼다고 한다. 파리 적십자사에서 일할지, 디자이너로 일할지를 선택해야 할 때 그는 동전의 선택으로 디자이너 크리스티앙 디오르 밑에서 일하게 된다. 우연히 발들인 패션계에서 점차 두각을 드러내며, 다시 디오르의 후계자가 될 것인지 자신만의 브랜드로 독립할 것인지를 동전으로 결정한다.

독립한 그는 결국 피에르 가르뎅이라는 패션계의 거장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 훗날 동전 덕분에 성공했다고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은 이러했다. “동전이 좋은 선택을 해 준 것이 아니다. 일단 결정한 후 믿음으로 밀고 나가면 좋은 선택이 되는 것이니, 어떤 선택이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노력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관심을 끄는 용어가 ‘그릿’(GRIT)이다. 성장(Growth), 회복(Resilience), 내재적 동기(Internal Motivation), 집념(Tenacity)을 합친 말로, 한마디로 역경에 굴하지 않고 뜻한 바를 이루려고 하는 태도를 말한다.

요즘 MZ 세대 특징의 하나로 열심히 일하는 삶에 대한 반발을 드는 경우가 있다. 열심히 노력해도 삶의 질이 나아질 수 없는, 이른바 금수저 출신이 유리한 환경을 선점하고 있는 실상 때문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어찌해도 이길 수 없다는 체념이 한몫하다 보니, 평범한 장삼이사(張三李四)의 삶을 살아가려는 젊은이들이 갈수록 느는 듯하다. 이에 동조하는 젊은이가 있다면 BTS의 노랫말을 되뇌어 보라는 조언을 해주고 싶다.

“꽃길만 걷자 그런 말은 난 못해/ 좋은 것만 보자 그런 말도 난 못해/ 이제 좋은 일만 있을 거란 말/ 더는 아프지도 않을 거란 말/ 그런 말 난 못해 그런 거짓말 못해/ (중략) 그래도 좋은 날이 앞으로 많기를/ 내 말을 믿는다면 하나 둘 셋” (BTS, 둘! 셋! -그래도 좋은 날이 더 많기를)

되알진 현실에 리스크와 운까지 끼어 들어 앞날이 버거울지라도 열정과 노력의 땀방울을 기억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어쩌면 이 모든 게 더 나은 삶을 위한 원동력일 수도 있으니, 기대하는 결과로 다가설 ‘운’을 믿으며 마음속에 ‘그릿’을 옹골차게 담아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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