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믹스커피-채희종 정치담당 편집국장
2022년 11월 11일(금) 00:15
여론조사 기관들이 외국인들을 상대로 좋아하는 한국 음식을 조사하면 차이는 있지만 삼겹살, 비빔밥, 불고기, 떡볶이 등이 항상 상위에 오른다.

외국인에게 K푸드 중 조리 음식이 아닌 인스턴트 음식을 꼽으라면 최고는 단연 믹스커피일 것이다. 기록상으로만 보면 한국에서의 커피는 고종 황제가 즐기면서 전파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커피 역사는 130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국제커피협회에 따르면 현재 한국은 커피 원두 수입량이 유럽·미국·일본·러시아·캐나다에 이어 6위인 커피 강국(?)이다.

한국에서 사용되는 커피 원두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지만 믹스커피만큼은 원조이다. 드립 커피가 아닌 현대적 의미의 인스턴트 커피는 1·2차 대전을 거치는 동안, 미국이 동결 건조 기술을 적용해 커피와 우유를 분유 형태로 섞어 병사들에게 공급한 것이 시작이다. 한국에서는 한국전쟁과 미군정 시기에 미군 부대를 중심으로 믹스커피를 접하게 된다. 이후 1976년 동서식품이 인스턴트 커피에 새롭게 개발한 크림(프리마), 설탕 등을 한데 넣은 믹스커피를 내놓는다. 이 제품은 세계 최초로 발명된 1인분 포장 믹스커피이며, 이 중 스틱형 포장재 제품은 간단해 보이지만 설탕 양을 조절할 수 있는 구조 등으로 인해 세계 특허를 낸 제품이다. 한국의 믹스커피는 이제 세계 여러 나라가 스페셜티 커피란 이름으로 즐기고 있다.

경북 봉화군 광산 매몰사고로 221시간 동안 고립됐던 두 명의 광부가 믹스커피를 먹으며 버텼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믹스커피가 ‘비상식량’이 된 것이다. 국내 제조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믹스커피는 한 개당 10~12g이며, 탄수화물과 당류 성분이 많아 열량은 45~50㎉로 다소 높은 편이다.

이 같은 고열량 탓에 한때 믹스커피는 비만과 대사 질환을 일으킨다고 여겨져 기피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여러 연구 결과 하루 한 잔 내외 믹스커피는 다이어트나 장 건강과 관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혈당이 가장 많이 올라가는 식사 직후 당분 섭취는 체지방 증가를 부르기 때문에, 체중을 고민하는 사람은 가능한 식간에 믹스커피를 마시는 것이 좋다.

/채희종 정치담당 편집국장 cha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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