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탕 국정감사, 개선 필요하다- 양성관 동강대 교수
2022년 11월 08일(화) 00:30
우리나라의 국정감사는 제헌국회가 개원한 1948년 헌법에 명시되어 1949년 12월에 최초로 실시됐다. 이후 22년간 지속되다가 1972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 정부가 출현하면서 중단된 후,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으로 1988년부터 재개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그동안 국정감사는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 구성과 ‘인터넷 생중계’ 등 발전이 이루어졌고, 이명박 정부의 BBK 의혹, 한·미 FTA 등 큰 쟁점들이 다루어졌다.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동안 국민을 대표한 국회의원들은 행정부의 잘잘못을 지적하고, 정책에 대한 철저한 감사를 통해 국감 스타들이 나오기도 했다.

올해 국정감사는 지난 10월 4일부터 24일까지 3주간 진행됐다. 이번 국감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첫 감사로서 여소야대의 국회의원 구성 비율로 인해 치열한 정치 공방이 예상됐다. 특히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삼중고 상황에서 국민의 삶은 코로나 팬데믹이나 IMF 때보다 더욱 힘들어, 민생이나 복지 등의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루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국감이 끝나고 보니 감사 기간 내내 현 정권의 외교 참사와 전 정권에 대한 심판론의 창과 방패의 싸움으로 상처뿐인 맹탕 국감이 되어 국정감사의 의미 자체가 희석되어 버린 것 같아 씁쓸할 뿐이다. 국감장에서 자신의 신분과 역할을 망각한 체 망언과 실언을 쏟아놓는 정부 관료와 국회의원을 보며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이런 국정감사라면 아예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나으리라 생각하지만, 국정감사의 순기능을 생각할 때 몇 가지 개선점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는 연구하는 국회의원이 되어야 한다. 우리 앞에 산적한 국내외 문제가 얼마나 많은가? 합계출산율 0.76명,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온실가스 감소로 인한 대기 순환 체계의 비정상적인 기후변화, 올해 들어 6개월 연속 지속되고 66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무역 적자 등 국정감사에서 논의할 중요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럼에도 올해 국감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와 질문, 해법은 찾아볼 수 없었다. 도리어 질문 후 답변을 경청하지 않고 또 다른 질문을 하거나 윽박지르는 등 자질이 부족한 국회의원들의 민낯이 훤히 드러났다.

둘째는 증인 채택의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증인에 대한 질문과 답변 시간을 엄격히 제한해서 다양한 질문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국회의 자료 요청으로 주말과 휴일도 반납한 채 많은 공무원이 자료를 준비하여 감사에 임하였지만, 한나절 이상을 기다렸던 증인들이 앞 시간에 밀려 증인 자리에 서보지도 못하고 끝나 버린 일도 있었다. 국감을 받는 일부 국무위원들의 입법부를 우습게 보는 경향 등 감사를 받는 행정부도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었다. 피감 기관들은 그 자리만 모면하거나 잘 피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응답하지 않거나 질문을 피해 가는 묘수를 부리기도 했고, 증인 신청을 거부하거나 국회의원을 향해 소리를 지르는 등 적반하장의 국감장이 되어 버렸다. 위증이 드러나거나 자료나 응답을 거부할 경우, 현재보다 훨씬 중한 범죄로 다루어 국정감사의 권위를 회복해야겠다.

셋째는 국정감사 평가단의 힘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의 NGO 모니터단에 각계각층의 지원자를 추가하고 심사 항목과 평가 기준을 더욱 보강하여 신뢰성이 높은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모니터단의 평가는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있지만 미미하게 다루어져 국민에게 거의 노출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평가 결과를 국감 기간 내내 언론에서 특집으로 자세히 보도하여 국민의 눈과 귀가 국정감사를 엄중히 주시하고 있음을 알게 해야 한다. 또한 평가 결과가 국회의원과 피감 기관에 대해 심대한 영향을 미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이번 국정감사는 국무위원을 비롯한 증인들의 오만불손한 태도와 국회의원들의 자세 등으로 역대 최악이었다. 국정감사에 임하는 국회의원은 자신이 속한 여야의 입장 보다는 국민의 대표로서 피감 기관을 대해야 한다. 국정감사가 전면적으로 개혁되지 않고 이대로 계속된다면 시간과 경제적 낭비일 뿐이다. 국회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나타난 문제점에 대해 냉정하게 반성하고, 초당적인 위기의식으로 국정감사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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