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는 시인’ 김옥종 “시와 음식의 공통점은 위안을 준다는 것입니다”
2022년 10월 11일(화) 19:15
두 번째 시집 ‘잡채’ 발간
한국 최초 격투기 선수로 활약…요리인생 어느덧 25년
남도음식 알리기 앞장 “1000개의 레시피 담은 책 낼 것”
피 튀기는 격투기 선수부터 칼질하는 요리사, 탐구하는 시인까지….

다채로운 직업을 가진 광주의 한 시인이 화제다. 얼마 전 시집 ‘잡채’를 발간한 김옥종(54)시인이 그 주인공.

신안 출신인 그는 ‘요리하는 시인’이자 ‘시 쓰는 요리사’로 시를 요리하고 요리를 시로 적어내는 작업을 한다. 김 시인의 시집 1집 ‘민어의 노래’와 2집 ‘잡채’ 모두 음식을 노래하고 있다.

그의 직업의 변천사는 역동적이다. 애초 김 시인은 한국 최초의 격투기 선수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1995년도 당시 K-1 그랑프리 개막전에 출전, 일본인과의 대결에서 패배한 뒤 은퇴를 결심하고 자리에서 내려왔다.

이후 인생의 슬럼프를 겪으며 선술집을 운영하는 어머니 곁에 머물렀다. 그의 요리 인생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제 기억 속 첫 손님을 잊지 못합니다. 손님이 팔딱거리는 광어 한 마리를 가져와서 회를 좀 떠달라고 하는데, 납작해서 다루기 까다로운 광어임에도 불구하고 처음 하는 작업인데 손에 익은 듯 능숙하게 떠지더라고요. 신기했습니다. 요리가 나랑 잘 맞겠구나 하고 느꼈던 때죠”

그렇게 20대 후반 시작된 김 시인의 요리인생은 어느새 25년째를 맞이했다.

그는 시인으로서의 삶과 요리사로서의 삶은 공통점이 많다고 말했다.

“시와 음식의 공통점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위안을 준다는 것입니다. 시와 음식 모두 따뜻한 손길의 출발선상입니다. 음식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시도 함께 깊어지는 것이죠”

시는 곧 ‘따뜻하게 내놓은 선짓국 같은 것’이어야 한다는 김 시인은 “신춘문예와 미래파 시들로 가득한 오늘날에 사유와 고뇌를 통해 만들어진, 느낌과 경험이 담긴 시는 그다지 많지 않다. 각박한 세상에서 내 시를 읽으며 많은 분들이 따뜻함을 얻어 갔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설명했다.

요리사로는 남도의 음식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이를 위해 양식과 한식, 중식, 일식을 모두 섭렵했으며 남도 음식과 결합한 퓨전 음식도 만들었다.

김 시인은 계획하고 있는 3집을 마지막으로 더이상 시집을 내지 않을 계획이다. 필력이 떨어지면 문장이 늘어지고 좋은 시가 나오지 못한다는 게 이유다. 1집과 2집이 그랬듯 3집에도 식재료가 담긴 따뜻한 이야기를 적어내릴 계획이다.

시집은 내지 않지만 레시피집 발간 계획은 있다.

“갖고 있는 1000개 가량의 레시피를 이용해 ‘시가 있는 요리책’을 내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우울할 때 먹는 요리’, ‘행복할 때 먹는 요리’와 같이 시와 레시피를 함께 담은 요리책인거죠. 더이상 시집을 내지 않더라도 시인으로서의 삶과 요리사로서의 삶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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