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그리고 가족-김미은 문화부장
2022년 09월 08일(목) 01:00
명절하면 떠오르는 풍경 중 하나는 귀성길이다. 고속도로에서 발이 묶여 “몇 시간 걸려 힘들게 도착했다”는 이야기들이 오가곤 했었다. 코로나19로 이런 모습도 보기 어려웠지만, 3년 만에 거리 두기가 사라진 올해 추석엔 가족을 만나러 가는 이들이 많을 듯하다.

영화감독 기타노 다케시는 “가족이란, 누구 보는 사람만 없으면 갖다 버리고 싶은 존재들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지만, 아무래도 명절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나를 믿고 응원해주는 ‘가족’이지 않을까. 올 추석엔 많은 가족들이 오랜만에 모여 ‘명절다운 명절’을 보내며 회포를 풀 것이다

명절이 되면, 가족이라는 이름은 더욱 애틋해진다. 음악으로, 소설로, 영화로 만나는 가족이야기는 그래서 더 깊게 다가온다.

조수미가 부르는 ‘바람이 머무는 날’을 들으면 사람들은 바로 ‘엄마’를 떠올린다. “바람이 머무는 날엔/ 엄마 목소리 귀에 울려/ 헤어져 있어도 시간이 흘러도/ 어제처럼 한결같이// 어둠이 깊어질 때면/ 엄마 얼굴 그려 보네/ 거울 앞에 서서 미소 지으면/ 바라보는 모습/ 어쩜 이리 닮았는지” 애절한 가사와 멜로디는 눈물샘을 자극한다. “그곳에서 울지마오/ 나 거기 없소/ 나 그 곳에 잠들지 않았다오”라고 노래하는 ‘내 영혼 바람 되어’는 지금은 우리 곁에 없는, 저 멀리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 ‘누군가’를 떠올리게 한다.

장편소설 ‘밝은 밤’과 ‘시선으로부터’를 읽다 보면 ‘엄마의 엄마의 엄마’를 생각해보게 된다. 멋진 소설집 ‘쇼코의 미소’를 쓴 최은영의 ‘밝은 밤’ 속 주인공 지연을 따라 ‘엄마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고, 정세랑의 ‘시선으로부터’ 속 심시선과 삼대에 걸친 모녀들의 이야기에선 나를 만든 오래된 과거도 한 번쯤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여섯 살부터 열여덟 살까지 소년의 성장기를 보여 주는 영화 ‘보이후드’는 또 어떤가. 여섯 살 소년을 캐스팅 한 후 같은 배우들로 12년간 매년 촬영한 영화는 한 아이의 성장사(史)이자, 가족의 연대기이기도 하다.

명절 무용론이나 명절의 고달픔이 자주 등장하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추석은 오랜만에 ‘가족’이라는 이름을 읊조려 보는 그런 날이다.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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