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상 표준안-장필수 사회담당 편집국장
2022년 09월 07일(수) 01:00
제사상차림 만큼 논란이 많은 것도 드물다. 지역에 따라, 가정에 따라 상차림이 다르다 보니 간혹 가족 간에도 다툼이 일곤 한다. 처음 참석한 처갓집 제사상차림을 보고 “틀렸다”고 훈수를 뒀다가 얼굴을 붉히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제일 앞쪽에 놓는 과일 순서를 두고 홍동백서(붉은 것은 동쪽 흰 것은 서쪽)니 조율이시(왼쪽부터 대추·밤·배·감)니 따진다. 어동육서(생선은 동쪽 고기는 서쪽), 두동미서(생선 머리는 동쪽 꼬리는 서쪽), 좌포우혜(육포는 왼쪽 식혜는 오른쪽)란 말도 제사상차림에 등장하는 용어다.

상차림 가짓수도 25~30개에 달한 정도로 많다. 밥과 국은 물론 오색 과일에 나물·전·고기·생선·식혜까지 한 상에 디저트까지 모두 오른다. 넉넉해진 살림에 조상을 잘 모셔야 복을 받는다는 풍습이 더해진 탓이다. 유교 제례문화 지침서인 ‘주자가례’를 보더라도 간장 종지까지 포함해 제사 음식이 19가지인 것을 감안하면 요즘 상차림이 과한 측면이 있다.

차례는 제사와 조금 다르다. 명절이나 조상 생일에 간단하게 지내는 제사를 차례라고 한다. 따라서 상차림도 제사보다 훨씬 단출하다. 종갓집 추석 차례상은 제철 과일, 송편, 차, 대구포나 명태포, 술만 올릴 뿐 전을 굽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일반 집에선 제사상처럼 푸짐하게 차린다. 특히 전이 빠지면 명절 기분이 안 난다고 생각하는 집들이 많다.

유교를 대표하는 성균관이 추석을 맞아 ‘차례상 표준안’을 내놓았다. 표준안에 오른 음식은 송편·나물·구이(炙)·김치·과일·술 등 여섯 가지다. 여기에 더 올린다면 육류·생선·떡을 추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장생 선생의 ‘사계전서’에 등장하는 “기름진 음식을 써서 제사 지내는 것은 예가 아니다”는 기록을 근거로 전은 안 부쳐도 좋다고 밝혔다. 성균관은 여론조사 결과도 발표했는데 차례에서 개선할 점을 묻는 질문에 40% 이상이 ‘간소화’를 꼽았다.

표준안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족간 합의다. 이번 추석에는 음식 종류를 떠나 가족 간 합의 하에 간단한 상차림으로 명절 증후군을 없애고 비용도 절감하길 바란다.

/ bung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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