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복지’로 가는 길-이봉수 현대계획연구소 소장
2022년 09월 05일(월) 00:30
복지란 행복을 누리며 잘사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복지는 생활 속 모든 부분에 이어져 있다. 사회 복지, 주거 복지, 교육 복지 등 우리 실생할의 상당 부분에 복지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도시 복지’란 현대인 삶을 담고 있는 도시라는 공간에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도와주는 방법을 찾는 것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겠다.

도시는 많은 사람들이 집적해 일정한 지역의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이 되는 지역을 말한다. 도시를 유지하고 관리하고 체계적인 개발을 위해서 우리는 도시기본계획, 도시관리계획, 지구단위계획을 비롯해 경관·교통·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많은 사업들을 집행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계획이 이루어지고 또 집행되면서 도시는 점점 성장·발전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각 분야별 상호 소통과 협력, 연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중복 계획으로 인한 예산 낭비, 시간 지연 등의 문제점을 낳게 된다. 또 각 계획 간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정작 시급한 현안에 대해서는 별다른 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계획 없는 개발’도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행정의 각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이 이루어져야 하고 시민의 대표로 구성된 의회가 이를 제대로 검토하고 뒷받침할 수 있는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도시 복지의 전제는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도시 공간이다. 광주는 학동과 화정동의 건축물 철거 및 시공 과정에서의 문제로 인명 피해를 낳는 대형 사고가 있었다. 수도권은 최근 집중호우로 반지하 주거민들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큰 이슈로 부상했다. 비단 이런 문제만은 아니겠지만 도시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 사회관계망이 촘촘하게 이루어져 있어서 소외받는 계층이 없게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2021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 5곳을 BBC에서 발표했다. 1위가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 2위가 캐나다의 토론토, 3위가 싱가포르, 4위가 호주 시드니, 5위가 일본 도쿄의 순이었다. 1위인 코펜하겐은 환경 안전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안전한 도시 지수는 부패 방지 및 안전한 도시와 높은 상관관계가 있는데, 세계에서 가장 청렴한 국가 중 하나로 꼽히는 덴마크에서 코로나 팬데믹 기간 시민과 정부가 서로 신뢰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2~5위까지 도시들도 스마트시티 전략이나 보행자 친화성 교통 네트워크, 코로나19 등 전염병 예방 전략 등을 시행하며 순위 안에 들었다.

두 번째로 도시에서 가장 중요한 복지 중 하나가 주거 복지다. 현 정부만 아니라 이전 정부들 모두 부동산·주택 문제로 인해 실각하거나 정권을 잡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중요한 정책이다. 과거 문재인 정부는 주택을, 특히 아파트를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만 생각하고 이를 투기·투자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부동산 문제의 원인으로 보고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종합부동산세 등 규제 정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시장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투기 세력에 대한 정밀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실패하고 오히려 집값만 올려놨다는 지적을 받았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제 시장친화적인 정책만으로 이를 만회하려 하고 있다.

광주의 경우 앞으로 인구의 정체 및 감소로 인해 앞으로 지어질 공동 주택의 과잉 공급에 대한 경고 시그널이 울리고 있다. 다만 이러한 신호 때문에 주거 빈곤층이라고 할 수 있는 청년이나 신혼부부, 소외계층에 대한 주거 공급은 멈출 수 없다. 따라서 앞으로의 주거 공급은 보다 세밀하게 수요를 반영해 진행해야 한다. 도시 재생과의 연계, 빈집 활용 방안, 수직과 수평 증축 리모델링, 그리고 현재 수도권에서 진행하고 있는 역세권 개발 계획까지 포함해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주거 공급과 도시 재생, 빈집 활용 등에 대한 해법을 논의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광주시와 지자체 그리고 공기업까지 모두 협력해야 한다. 행정 부서는 각 부서가 자료나 계획을 공유하고 이를 지자체나 공사와 함께 방법을 모색하는, 적극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어떤 지자체도 하지 않았고, 해보려고 시도하지 않았던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겠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한 시기다. 2021년 12월 산업정책연구원에서 실시한 도시 브랜드 가치 평가 결과를 보면 국내 서울을 포함한 광역시 등 전국 8개 도시의 도시 브랜드는 서울, 부산, 인천, 세종, 대구, 대전, 광주, 울산의 순이었다.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광주시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도시 브랜드의 근간은 도시 정체성인데, 모든 공간에 그저 아파트만 짓는 것이 과연 광주다운 것인지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시급하다. 민주·인권·평화의 도시, 인본주의 도시, 광주는 도시 복지의 장이어야 하며 최소한의 주거 복지가 보장되는 도시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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