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과 응전-임동욱 선임기자·이사
2022년 08월 30일(화) 00:45
지난 28일 개최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광주의 송갑석 의원이 호남 단일 주자로 최고위원 도전에 나섰지만 간발의 차이(1.58%p)로 분루를 삼켰다. 전북의 한병도 의원, 전남의 서삼석 의원에 이어 21대 국회에서 개최된 전대에서 연속적으로 호남 주자들의 지도부 진출이 무산된 것이다. 호남이 진보 진영의 심장이자 민주당의 근간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파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정치권에선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의 대세론 속에서 송 의원이 비명(비이재명)주자로 분류되면서 이재명 대표 팬덤층으로부터 배제 투표를 당한 것을 석패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실제로 송 의원은 이번 전대 기간 동안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은어)이라는 정치적 좌표가 찍혀 조직화된 비난을 받았다. 반면 일부 친명(친이재명) 최고위원 주자들은 이재명 대표 팬덤층의 나눠주기 투표에 힘입어 지도부에 진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전의 두 차례 전당대회에 비해 낮은 투표율(37.09%)과 저조한 호남권 권리당원의 참여(35.2%) 역시 패배의 요인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호남 정치권 자체에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호남 정치권은 세력 및 세대교체를 이뤘지만 호남 민심의 눈높이에 부응하는 정치력을 보여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현장과 이슈에서 민생을 껴안는 진정성과 정치적 비전을 이끌어 내는 치열함이 부족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는 정치적 인지도 저하로 이어졌고 지도부 진입 실패라는 결과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호남 정치권이 제대로 소통·결집하지 못한 것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각자도생의 정치적 나태함이 호남 정치권의 퇴행과 변방화를 가속시켰다는 것이다.

이젠 역사가 된 김대중 전 대통령(DJ)은 자신의 정치 인생을 ‘도전과 응전의 연속’이라고 했다. 군부 독재 정권의 시련과 핍박에 결연히 맞선 ‘도전과 응전’은 그를 시대의 지도자로 부상시켰다. 이런 측면에서 혹독한 시련의 시기를 맞고 있는 호남 정치권에 송갑석 의원의 석패가 새로운 도전과 응전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 tu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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