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이야기 미술작품 만들어 도시와 공유하겠다"
2022년 08월 29일(월) 18:03
조민희 전남대 미술학과 한국화 전공
“제 고향이 보성이에요. 부모님을 뵙기 위해 내려갈 때마다 인구도 줄어들고, 어린이들도 없어져 점점 삭막해져 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떻게 하면 고향에 사람들이 찾고, 인구 규모를 유지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을 때 교수님이 한 번 전남도의 무한도전 프로젝트에 도전해볼 것을 추천해주셨어요.”

지역 청년들이 자신의 역량 강화와 진로 선택을 위해 도전과제를 선택하면 전남도가 활동비를 지원하는 ‘무한도전프로젝트’에 선정된 조민희(여·22·전남대 미술학과 한국화 전공 4년)씨는 지역의 문화·역사 자산을 조사·발굴해 그림을 그려 전시하는 계획을 세웠다. 녹차, 판소리(서편제), 벌교 꼬막 등 널리 알려진 것은 제외하고 직접 각 마을의 경로당, 마을회관 등을 돌며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인터뷰해 마을의 자산을 찾을 계획이다.

“그림의 배경이 될만한 것을 직접 주민들에게 들어보는 것이 이번 조사의 취지입니다. 혼자 할 수는 없어서 학과실에 부탁해 참가 학생들을 모집, 팀을 구성했어요.”

조씨는 4학년 박수영(함평 출신)씨, 1학년 김민서(영광 출신)·박성영(완도 출신)씨 등과 전남이 고향인 학생들과 함께 팀 ‘다붓다붓 이웃4촌’을 만들었다. ‘다붓다붓’은 ‘여럿이 다 매우 가깝게 붙어 있는 모양’을 의미하는 우리말이다.

“제가 태어나고 고등학교까지 나온 보성읍이 참 좋았아요. 아버지(조석현·49)와 어머니(이은미·44) 덕분에 시골임에도 태권도, 밴드, 미술 등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태권도로는 품새, 겨루기 대회에 나갔고, 밴드로는 보성읍 사회복지관 소속 밴드에 들어가 여러 행사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죠.”

조씨는 그러나 고등학생 때 자신을 열심히 도와준 미술 선생님에게 감동을 받아 미대 진학을 결정했다. 교내 미술대회에 나가거나 미술 동아리에서 활동할 때, 광주로 미술학원을 오갈 때도 선생님은 아낌없이 지원해줬다.

“저도 그렇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졸업 후에는 교육대학원에 진학해 임용고시를 보고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작가로서 보성에 작은 갤러리를 운영하고 싶은 생각도 있고요.”

그녀의 좌우명은 ‘포기를 모르고 살자’다.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자신의 꿈을 보다 현실에 가깝게 하고 싶다. 이번에 팀원으로 함께 할 박수영씨와는 국립공원공단 무등산생태탐방원과 전남대가 주최한 ‘상생+’ 전시에 함께 작품을 출품한 이력이 있는 등 손발을 맞춰왔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소멸해가는 지역과 안식이 필요한 도시민을 연결하면서 지역의 숨겨진 이야기를 발굴하고 미술작품으로 공유하기를 바란다.

“예로부터 각 마을마다 전해지는 지역 고유의 설화 등을 채록하고 풍경과 함께 스케치해 지역만의 독창적인 미술작품으로 표현하고 싶어요. 작품은 전시회를 통해 지역민과 도시민들 모두가 볼 수 있게 했으면 합니다. 또 프로젝트의 모든 과정들을 아카이브 자료집으로 제작해 향후 후속 연구자 및 사업자에게 지역문화콘텐츠 개발의 기초와 선행 사례로 제공하겠습니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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