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차별 금지법-박행순 전남대 명예교수
2022년 08월 17일(수) 00:30
차별 금지법은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대선 공약이었고 2007년에 처음 발의되었다. 장애인, 연령, 남녀 고용 등 특정 범주에 대한 ‘개별적 차별 금지법’으로는 한계가 있어서 현 21대 국회에는 ‘포괄적 차별 금지법’(이하 포차법)이 발의되었다. 차별 금지 대상은 성별·장애·나이·언어·출신 관련하여 국가·민족·인종·국적·지역, 피부색·용모 등 신체 조건, 혼인 여부, 임신과 출산, 가족·가구 형태, 종교·사상, 정치적 의견, 실효된 전과,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학력, 고용형태, 병력 관련 건강 상태 등 포괄적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에 여러 성소수자들이 출현했다. 여자 동성애자, 남자 동성애자, 양성애자, 성전환자의 머리글자인 LGBT(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들이다. 기타의 성적 지향과 정체성을 의미하는 Queer(퀴어)를 추가하여 LGBTQ라고도 한다.

남자 동성애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sodomite(남색자)’라는 단어는 3400여 년 전에 쓴 것으로 알려진 구약성경 창세기의 Sodom(소돔)이라는 도시에서 유래한다. 성행위는 개인적이고 극히 사적인 것이지만 그곳에서 남색자는 성소수자가 아니었고, 노소를 가리지 않는 절대 다수였다. 소돔성은 유황불로 도시 전체가 파멸되었으나 후세에 이름을 남겼다.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자신을 여성으로 생각하는 남학생은 여학생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다. 엄연히 존재하는 선천적, 생물학적 성별을 거부하는 것이다. 학부모와 교사들은 이런 환경에서 자녀들의 안전과 성적 다양성이 청소년들에게 끼칠 영향을 염려한다.

우리나라 성소수자들은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매년 퀴어 축제를 진행한다. 또한 국내외 인권단체들과의 연대, 온·오프라인 홍보, 정부와 국회, 대선 대응 팀을 만들어서 정치·사회·문화·예술·교육 등 모든 분야에 자신들의 생활양식을 홍보하고 일반화시키려고 시도한다. 또래 문화에 쉽게 동화되는 십대들을 대상으로 커밍아웃 가이드, 생활백서, 문화제 활동 등도 한다.

2014년 영국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대니얼 맥아서는 ‘게이 결혼 지지’ 문구를 넣어 달라는 케이크 주문을 받았다. 기독교도인 그는 이를 거부했다가 1심에서 약 75만 원의 벌금형을 받고 항소심에서도 패소하였다. 4년간의 법정 다툼 끝에 대법원에서는 승소 판결을 받았으나 그동안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정신적·육체적 고초를 겪었다. 이렇듯 포차법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고, 판사에 따라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사례 외에 동성결혼 주례를 거부하는 교회나 목회자와 성소수자 간의 법정 다툼이 수차례 있었다.

포차법을 반대하는 기업과 경제계에서는 채용·승진·급여·나이 등으로 인한 차별 피해를 주장하며 남발될 고소 고발을 경계한다. 교회 등 종교법인에서는 성소수자들과의 법적 마찰을 원치 않는다. 기독교 교육기관에서는 설립 이념에 따라 운영할 수 없는 극한 상황을 염려하고 다수의 학부모와 교사들 역시 포차법 법제화를 반대한다.

그들은 대부분의 차별 피해는 2001년에 제정된 국가인권위원회법에 의하여 구제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권위는 국가기관의 법령·제도·정책·관행뿐 아니라 사적 주체의 차별도 진정을 받아 조사하고 개선을 권고한다. 그간 60% 정도 수용 되었다.

포차법이 통과되면 시정 명령을 받아들이지 않는 차별 주체에게 3000만 원 이하의 이행 강제금이 부과된다. ‘악의적 차별’ 판결에는 손해액의 세 배 이상 다섯 배 이하의 징벌적 배상도 반복적으로 가능한 법적 구속력을 가진다. 역차별 논란을 불러올 수 있는 막강한 법이다.

따라서 포차법은 앞서 시행한 나라들에서 일어나는 주요 문제들을 파악하여 이를 최소화하거나 방지할 장치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 소수자들의 인격을 존중하고 평등하게 공생하는 윤리, 도덕적 성숙도 필요하다. 그러나 ‘소수자 따라쟁이’가 될 필요는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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