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란 무엇인가-강성률 광주교대 명예교수·철학박사
2022년 07월 22일(금) 01:00
맑게 개인 여름밤 하늘을 바라보면서 별의 수를 세어본 일이 있는가? 광대한 우주 안에서 차지하는 지구의 크기를 헤아려 본 적이 있는가? 이 세계 안에서 나라는 존재의 왜소함을 느껴 본 일이 있는가? 나는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가는가? 사람은 왜 죽어야만 하며, 죽어서 어디로 가는가? 착한 사람이 좋은 곳으로 간다는데, 어떻게 살아야 착한 사람이 되는 걸까? 과연 천국이나 지옥, 극락은 참으로 존재하는가?

누구나 한 번쯤은 품어 봤음직한 이러한 궁금증 자체가 철학의 출발점이 된다. 왜냐하면 우주를 탐색하는 천문학, 세계를 연구하는 자연과학,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인간학, 인간의 실천적인 삶을 다루는 윤리학, 그리고 사후(死後)의 세계를 논하는 종교론 모두가 철학의 영역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고대에서는 철학이 곧 학문이요, 학문이 곧 철학이라는 등식이 성립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철학은 첫째, 인생 전체에 걸친 이법(理法)이자 지혜라 할 수 있다.

“철학을 해서 돈이 나오는가, 밥이 나오는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돈도 나오지 않고, 밥도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이 밥만 먹고, 돈만 있다고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날 탈레스가 별을 관찰하면서 하늘만 바라보고 걷다가 그만 웅덩이에 빠져 버렸다. 그러자 익살스럽고 똑똑한 트라키아의 한 하녀가 이렇게 그를 비웃었다. “자기 발밑에 있는 것도 보지 못하면서 하늘의 일을 알려고 하다니!”

탈레스처럼 실제로 철학자들의 서툰 행동은 놀랄 만하고 비현실적이며, 그래서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철학자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는 것, 연구하려고조차 하지 않는 일에 관심을 갖는다. 이 세계의 시초는 언제고 그 끝은 어디이며, 인간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가 과연 무엇을 하며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지를 탐구한다. 진리가 무엇이고, 선이 무엇이며,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따지고 또 따진다.

여기에서 철학의 두 번째 의미가 나온다. 철학은 눈앞의 이해타산을 떠나 진리 그 자체를 사랑하고 탐구하는 것이다. 어떤 대가도 요구하지 않고 그저 모든 것을 알고자 하는 순수한 지적(知的) 열정, 바로 그것이 철학이다. 비록 웅덩이에 빠지긴 했으나, 탈레스는 피라미드의 높이를 그 그림자의 길이로 측정해 냈고, 일식(日蝕: 지구에서 보아 달이 태양면의 전부 또는 일부를 가리는 현상)을 정확하게 계산해 냈다. 또한 삼라만상의 근본 물질로서 ‘물’을 주장하기도 했다. 후대의 인류에게 큰 공헌을 한 탈레스는 오늘날 ‘철학의 아버지’로서 그 이름이 우리에게까지 전해져 오지만, 트라키아의 하녀에게는 이름이 없다. 그냥 ‘트라키아 지방의 하녀’일 뿐이다. 세상에 ‘이름’을 남겨서 뭐하냐고 묻는 사람에게는 대답할 말이 없지만.

셋째, 철학은 모든 학문, 나아가 모든 삶의 궁극적 목적을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한다. 파키스탄의 산골을 여행하던 사람이 진기한 광경을 보았다. 두 눈을 가리고 연자 맷돌을 돌리는 소 두 마리를 목도한 것이다. 그래서 주인에게 “저 불쌍한 짐승의 눈까지 가려야 할 필요가 있나요?”라고 물었다. 이에 주인이 대답하기를 “모르는 말씀입니다. 저 소는 지금 자기들이 먼 길을 간다 착각한 채 열심히 걷고 있습니다. 만약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주저앉고 말 것입니다”라 하였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방향을 모른 채 열심히 달려가고 있다. 돈, 명예, 권력, 쾌락을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친다. 그리고 인생의 막바지에 이르러 “참으로 인생은 허무하다”고 한탄한다. ‘노인과 바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등의 작품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세계적인 작가 헤밍웨이는 평소 “인생에는 목적이 없다”고 중얼거리곤 했다. 그리고 끝내 엽총 자살로 인생을 마감했다. 오늘날의 문명 역시 맹목적인 돌진을 감행하고 있다. 과연 그 종착점은 어디일까? 인류의 진보와 번영, 평화와 안락, 건강과 장수일까? 아니면 증오와 분쟁, 전쟁과 대량 살상, 인간성 상실과 파괴일까? 학문의 몰가치성과 문명의 비인간화로 인하여 인류가 가치관의 혼돈에 빠질 때, 과연 그 큰 방향을 제시할 학문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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