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 기부금제, 전 도민이 함께 준비하자
2022년 07월 20일(수) 00:30
박 서 홍 농협중앙회 전남지역본부장
수구초심(首丘初心), 여우가 죽음을 맞을 때 머리를 살던 굴 쪽으로 둔다는 뜻으로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다. 요즈음 대부분의 젊은 세대는 대도시에서 나고 자라서 고향이라는 존재가 생소하게 여겨질 것이다. 심지어 기성세대의 기억 속에만 자리 잡은 가상공간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퇴색해 버린 고향을 고향 사랑 기부 제도로 소환하려는 것인가. 그 배경은 내 고향이 부닥쳐 있는 현실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동안 대도시에 집중된 정부 정책은 탈지방화를 가속했다. 그 결과 고향이라고 할 만한 지방의 군(郡) 단위는 인구 감소와 지역 경제 침체로 소멸할 위기에 놓여 있다. 정부는 2021년 전국 89곳의 기초자치단체를 인구 감소 지역으로 지정했다. 전남은 22개 시군 중 16개가 해당한다. 귀농·귀촌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나 자연적인 인구 감소와 대도시로의 인구 유출이 지역에 대한 투자 저하와 지역 경제 후퇴로 이어지고 있어 대도시와의 격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방 소멸과 재정 불균형을 막고 국토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고향 사랑 기부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일본은 우리보다 앞선 2008년에 고향 납세제를 도입했다. 애초 기대와는 달리 수년 동안 눈에 띄는 성과 없이 지지부진했으나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과 홍보, 지자체의 다양한 답례품 제공 등에 힘입어 2020년에는 7조 원까지 규모가 커졌다. 우리나라는 지난 10여 년간의 긴 노력 끝에 2023년 1월 1일부터 ‘고향사랑기부금법’을 시행한다. 주민세와 연계하여 납세를 유도하는 일본과는 달리 우리는 정치 기부금 형식을 빌렸다. 기부금액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기본적으로 기부 지역을 선택해 10만 원을 기부하면 전액에 대해 세액공제와 기부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3만 원 이내의 답례 선물을 받을 수 있다. 즉 10만 원을 기부하고 13만 원을 돌려받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고향 사랑 기부제를 통해 소멸 위기의 지방자치단체는 재정 압박에서 벗어나 복지 사업 등 자체적인 사업을 추진할 재원을 확보하고, 지역 주민은 농특산물을 답례품으로 제공해 안정적인 소득원을 갖게 되어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다. 고향 사랑 기부제의 성공적인 정착이 우리 고향이 직면하고 있는 소멸의 위험에서 벗어날 대안이 되는 것이다.

고향 사랑 기부제의 기본 방침은 ‘고향에 대한 건전한 기부 문화를 조성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함으로써 국가 균형 발전에 이바지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고향 사랑 기부제 시행은 지방자치단체에 활력을 불어넣고 국가 균형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의미이다.

고향 사랑 기부제의 성공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제도의 중요성과 취지 등 세부 사항에 대하여 국민 모두가 알 수 있도록 대대적인 홍보에 앞장서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제도일지라도 국민의 공감대를 끌어내지 못하면 유명무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법인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기업형 기부제 등 점진적인 제도 개선 방안도 모색되어야 한다. 전남 지자체는 새로운 제도 시행 준비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고향 사랑 기부제에 대한 홍보 활동과 대도시 기부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답례품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기부금으로 마련한 재원이 도민의 복지 향상 등에 가장 효과적으로 쓰일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전남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대한민국 대표 농도이다. 전남의 지역적인 여건과 환경적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지자체뿐만 아니라 전 도민이 똘똘 뭉쳐 고향 사랑 기부제가 조기에 정착되고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도와 시군은 고향 사랑 기부제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여 모금 전략을 세밀하게 세우고, 지역 주민은 기부자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답례품 생산자는 우수한 품질의 다양한 답례품을 생산하여 기부자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답해야 한다.

고향 사랑 기부제는 우리 모두를 위한 제도이다. 전남의 구성원이 각자의 역할을 해야만 지역 경제 활성화와 국가 균형 발전이 가능해지고, 내 고향 전남을 지켜낼 수 있다. 반년 앞으로 다가온 고향 사랑 기부 제도 시행, 이제 전 도민이 관심을 두고 함께 준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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