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문화 융성, 어떻게 가야 할까 - 탁인석 광주문인협회 회장
2022년 07월 19일(화) 05:00
광주는 자타가 인정하는 ‘문화 수도’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듣기 좋으라고 선거 공약에 포함시킨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런 만큼 광주가 문화 도시 요건에 합당했으니 표명한 말일 것이다. ‘문화 수도’ 광주는 광주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아우르는 생존의 의미까지 함유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가 밥이고 일자리이고 복지이고 보험까지 되어야 할 시점이니 더 무엇을 말하랴. 문화 융성의 묘수를 모색하는 입장에서 내린 결론은 광주시가 시상하는 문화예술상 또한 다른 지역과의 단순 비교를 넘어 존립 자체를 점검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무릇 상은 상금에서 그 권위가 결정된다. 매년 연말이면 시상하는 문화예술상은 명색이 광주시의 이름을 걸었지만 들여다보면 부끄럽고 허약하기 그지없다. 이유는 상의 이름에 걸맞은 상금이 없다는 사실이다. 하나의 예로 박용철 문학상은 출발 무렵에는 1500만 원의 상금과 출판보조비 800만 원 등 도합 2300만 원을 수여하여 당시로는 꽤나 규모를 갖춘 상이었고 문인들의 관심 또한 비상했다. 그러다가 느닷없는 선거법 시비가 일면서 상금은 자취를 감추고 상패나 수여하는 형식적인 상으로 바뀌면서 현저한 질적 저하의 길을 걷게 된다.

수상할 만한 문화예술인은 관심을 접고 침묵하는 가운데 상을 계속 시상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 앞에 서게 된다. 강진 영랑 문학상의 상금은 3000만 원, 담양 송순 문학상은 2000만 원, 가사문학 대상 1000만 원, 고흥 송수권 문학상 2000만 원, 인천 구상 문학상은 7000만 원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이런저런 시비 없이 상을 잘도 운영하는데 유독 우리 광주만 상금이 잘려나간 채 상패만의 상으로 시상되었다. 시상식 때마다 이런 식으로는 안 된다는 건의 때문인지 지금은 광주예총을 거쳐 작품집 출판을 돕는 상으로 바뀌어 겨우 600만 원 상당의 출판비 보조가 뒤따르지만 이마저도 외면받기는 마찬가지다.

광주시는 문화 융성을 추진하는 차원에서 문화경제부시장 직제를 신설하였다. 그리고 문화재단을 설립하여 문화예술단체나 개인에게 제한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어느 지자체나 첫 번째 자존심은 문화예술로 가늠한다. 그런데도 이들의 지원은 닭 모이 뿌리듯 소소한 것이 현실이다. 조그만 공사 하나만 줄여도 문화예술 분야에 해갈은 상당할 터인데 그마저도 어찌 그리 어려운지 모르겠다.

현실적으로 광주의 문화 융성을 꾀할 수 있는 방안은 간단하다. 문화부시장만 내세울 게 아니라 상금이 풍족한 도시로 가면 되는 것이다. 르네상스가 왜 세계 문화사의 꽃인가. 재력을 쌓은 메디치 가문의 학문과 예술에 대한 전폭적인 후원에서 기인하고 있다. 이 일로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 인류 최고의 화가나 단테, 페트라르카, 보카치오 등 불세출의 문학가들이 쏟아지게 배출된다. 이탈리아가 르네상스를 이끄는 국가가 되었고 피렌체는 교황까지 여러 명 배출하여 그 흔적이 현대에서도 곳곳에 남아있다.

문화 르네상스가 일류 지향의 광주를 만드는 길이다. 바둑이 왜 인기가 있는가, 그 자체로도 함의가 많지만 상금 액수에 그 비밀이 있다. 정상을 달리는 신진서 프로는 금년 상반기만 해도 상금이 무려 10억 원을 넘어섰다 한다. 골프는 왜 선망의 대상인가. 골프를 잘하면 거두는 상금이 엄청나다.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의 상금 규모는 우리 돈으로 3100억 원에 달한다.

상의 권위는 무엇보다 상금 액수에 좌우된다. 광주가 ‘무등산’을 주제로 100억 원을 걸어서 작품 공모를 할 수는 없을까. 꿈이 아니다. 당선자가 없으면 안 뽑으면 되고 그 과정에서 국가적·세계적 관심이 모아지고 소동파 적벽부처럼 천하의 문장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광주만이 할 수 있는 결단이다. 그런데도 상이 중요하지 상금은 중요하지 않다는 논리가 지금껏 광주시 공무원들의 뇌리를 지배하는 경험칙이다.

필자가 속한 단체의 ‘광주문학상’은 매년 다섯 명에게 시상하는데 상금액은 200만 원 정도임에도 수상 희망자가 늘어나고 있다. ‘광주문학상’이 있기에 작가들은 밤을 새워 작품을 쓴다. 광주문협의 한 회원님의 정재로 회원들의 창작 의욕을 고취하는 문학상을 공표하여 무려 154명의 작가들이 수상의 문을 두드렸다. 결론은 광주문화예술상의 매력은 상금의 크기로 견인할 수 있다는 점이고, 이를 위해 메세나 운동 등을 가열차게 전개할 필요가 있다. 광주시가 문화 발전에 이런저런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그중 문화예술상에 격에 맞는 상금을 걸고 그 위상과 권위를 만들도록 서두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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