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에 빠진 장바구니-정유진 코리아컨설트 대표
2022년 07월 18일(월) 00:30
가만히 있어도 땀과 숨이 차오르는 여름이다. 예년보다 한 달 빠른 더위로 누구를 만나도 여름 날씨 인사가 먼저다. 지난 111년간 기상관측상 가장 더웠다는 2018년 여름 이맘 때 전남 지역의 전력 소비량 기록을 올해 갈아 치웠다고 하니 여름은 예년에 비해 더워진 것이 분명하다. 이제껏 해마다 더운 여름을 보내 왔지만 이번만큼은 다른가 보다. ‘역대급 더위’, 먼저 찾아온 ‘6월 열대야’ 등 폭염과 관련한 여러 수식어가 붙는 만큼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할 판이다.

30년 전 각국의 정부와 민간 단체를 비롯한 국가 정상급 인사들이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모여 사상 최대 규모의 UN 환경 개발 회의를 했다. 당시 회의를 통해 ‘기후변화 협약’과 ‘생물다양성 협약’을 체결했음에도 매년 더 심해진 기후변화를 체감하는 걸 보면 그 위기는 실제로 극복하지 못했을 뿐더러 심화되어 온 것이다. 이대로라면 전문가들의 전망대로 2050년에는 수억 명이 넘는 기후 난민과 질병 등이 생기고, 식수와 식량 등을 비롯한 필수 자원의 부족은 물론이고 이를 쟁취하기 위한 분쟁 등으로 인류의 생존이 급격히 위태롭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오래 전부터 경고되어 왔던 기후변화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의 이상 기후와 자연 현상에서도 관찰되어 왔다. 기후의 ‘변화’라는 단어가 현재의 심각성을 느끼기 어려운 단어로 들릴 수 있으나 지금 우리가 체감하는 극단적 기후 이상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지구 종말에 보다 가까이 간다는 위기의식을 가질 때다.

사실 한동안 세계에서 ‘기후 악당’으로 불려왔던 한국은 지난 2020년 가을부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국내 탄소 배출 0을 목표로 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마련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는 과연 이 시나리오는 계획대로 잘 실행하고 있을까?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치른 뒤 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장은 경제 회생과 성장만을 앞장서서 강조할 뿐 누구도 지구의 안녕한 보존을 위해 이 시기에 성장을 멈추자고 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기후 이상의 주요 원인인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메탄 등을 비롯한 온실가스는 석유와 석탄 등의 에너지 사용에서부터 폐기물 산업 공정 및 농업 축산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고 세세한 인간의 활동 영역에서 발생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당장 뭔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이다. 하지만 일회용 플라스틱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포장 배달을 피하고 채식을 늘려가며 제철 지역 농산물로 장바구니를 채우려 해도 식품의 안전한 위생을 담보로 운송과 판매를 위해 이미 견고하게 포장된 식자재를 맞닥트리면 별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이제는 이상 기후 탓으로 한껏 몸값이 오른 식자재를 장바구니에 넣기 위해 들었다 놓았다 해야 할 지경이다. 가뜩이나 장기하되는 코로나 위기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물가 상승 등으로 장을 보기가 무서운 요즘, 포장재까지 일일이 따지고 가려 보자니 골치 아플 일이다.

하지만 평범한 생활인인 우리가 기후변화에 대응해 할 수 있는 일들은 생각보다 많다. 지금 당장 실내 온도를 1도 높이고 쓰레기 하나를 줄여 보려는 노력은 그리 어렵지 않게 실천할 수 있다. 실제 큰 물량으로 운송되어온 청과류 및 야채 육류는 동네 수퍼에서 편리성을 위해 작은 양으로 소분하여 별도 포장하여 판매하고 있으니 이러한 포장을 동네마다 줄여가기만 해도 장바구니에 담기는 플라스틱이 줄고 버려지는 쓰레기양도 점차 줄여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법과 제도가 개선되고 정부 주도 하에 정책적인 움직임만을 기대해서는 안 되는 시점에까지 왔다. 오늘 장보기에 나선 생활자가 나서야 할 때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오랜 격언처럼 우린 이제 지구 온난화로 낼 지구가 망하더라도 지금 당장 장바구니에 담길 쓰레기 하나를 줄여야 하는 것이다. 이용자들이 직접 참여해 만든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는 ‘생활’(生活)은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고 살기 위해 행하는 필수적인 활동이라고 정의한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일상에서의 모든 용기와 선택 그리고 그 수고스러움은 이제 우리 모두가 살기 위해 하는 필수적인 활동 즉 ‘생활’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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