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 ‘평화 문화’를 조성하려면-선봉규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
2022년 07월 18일(월) 00:15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부터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전쟁의 여파는 식량과 에너지의 가격 상승으로 세계 곳곳에서 경제 위기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장기전이 될 것이라는 나토 관계자 및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특히 러시아와 중국 간 연대와 협력 관계 구축은 향후 국제 질서를 새로운 냉전체제로 재편시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사회는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을 경험하면서 전쟁을 방지하고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요한 갈퉁의 적극적 평화 개념이 확산되면서 평화 문화를 구축하기 위한 다양한 기획이 이루어져 왔다.‘폭력에 관한 세비야 선언’(1986년), ‘인간 마음속의 평화에 관한 야무수크로 선언’(1989년), UNESCO의 ‘평화 문제에 대한 국제 포럼’(1992년), UN의 ‘평화 문화에 대한 선언’(1999년)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는 세계 유일의 분단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에, 인류 보편적 가치인 평화 실현의 문제는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냉전 문화의 영향으로 일상생활에서까지 이분법적 갈등과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정권의 성격에 따라 북한에 대한 인식이 다르고, 학생과 시민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평화통일 교육의 내용이 달라지는 등 진영 논리가 확산되고 고착화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냉전 문화에 기반한 편협한 가치를 개선하기 위해서 지속 가능한 평화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광주는 민주·인권·평화의 도시이다. 한반도의 평화통일 실현과 남북 교류 활성화를 위해 각종 조례를 제정하고, 남북교류협의회를 설치하여 지역 내 시민사회단체와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지원하고 있다. 현재 지역 사회에서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 및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시청과 교육청의 보조금 사업을 통해 초중고 학생·시민·공무원 대상의 평화통일 교육, 평화통일 현장체험학습, 평화통일 캠프, 평화통일 마라톤 및 걷기 등이 추진되고 있다. 평화통일 현장체험학습은 비무장지대(DMZ)나 파주·철원과 같은 분단의 상징적 공간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분단과 평화통일의 현실성과 감수성을 높이는데 안성맞춤이라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일상생활 속에서 평화의 가치를 발견하고 확산시켜 나가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지속적인 평화통일 의식과 감수성을 제고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역 곳곳에 산재해 있는 전쟁·평화·민주·인권 관련 자원(기념관·기념비·기념탑·기념 동상·기념 시설 등)을 발굴하여 생활 밀착형 평화문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운영할 필요가 있다. 이름을 붙이자면 ‘광주 평화길’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우리 지역에는 구한말 의병운동에서부터 일제강점기 3·1만세운동과 학생독립운동, 6·25전쟁, 4·19혁명, 5·18민주화운동에 이르기까지 소중한 자원을 가지고 있다.

광주 평화길은 지역의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동네에 있는 다양한 자원을 발굴하여 길을 조성하는 것이다.

최근 남구청에서 시작한 통일 올레길 걷기는 관내에 조성된 산책로 등 마을길을 중심으로 걷기 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광주 평화길은 남구청의 사례와 같이 지역의 자원들을 스토리텔링하여 여러 개의 평화길을 개발하여 활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광주공원과 사직공원에 산재해 있는 자원을 활용하여 평화길 코스(공원 평화길)를 개발하거나 화정동 일대 일제 시기에 사용된 동굴과 옛 안기부 터를 연결하는 평화길 코스(화정 평화길)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광주 평화길은 지역 평화 문화 체험의 훌륭한 학습장이 될 것이며,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올바로 이해하고 애착심을 갖도록 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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