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혁신-이봉수 현대계획연구소 소장
2022년 07월 04일(월) 00:30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정치적 이슈들뿐 아니라 단골 메뉴인 공공 혁신, 규제 개혁과 같은 내용이 매스컴을 통해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이는 과거에도 마찬가지였다. 선거 끝날 때마다 정치권은 규제 개혁, 공직 기강, 공공 혁신, 민생 안정 등에 혁신을 이루겠다고 말해 왔다.

‘혁신’은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한다는 뜻이다. 비슷한 말로는 개혁과 쇄신을 들 수 있다. 오래되고 낡아서 현재의 상황과 맞지 않는 것들을 뜯어고치겠다는 뜻이다. 좋은 의미의 혁신은 회사나 사회, 크게는 국가의 성장과 도약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좋은 것은 지키고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과감하게 쇄신하는 것이 혼란을 최소화하고 변화를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우리가 경험한 헌법의 범위를 벗어나 국가 기조, 사회 제도를 고치는 부정적인 의미의 혁신도 있지만, 단번에 깨뜨리고 질적으로 새로운 것을 급격하게 세우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듯 어떤 상황이냐가 중요하다. 쿠데타와 같은 국가적 혁명과 최근 4차 산업혁명과 같은 산업 부분의 혁명은 구별이 되어야 한다. 새롭게 시작하는 정부나 지방정부에서 혁신을 내세우면서 새로운 법률이나 조직, 시행령이나 시책을 제시할 것인데 이렇게 내세운 혁신들의 내용이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목적과 목표를 명확히 세워야 한다. 또한 과거와 현재 진행형의 정책들을 세밀히 검토하고 장단점을 정확히 분석해서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위한 혁신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우리가 접하는 혁신에 관한 내용은 대부분 기업이나 산업 전반을 변혁시킨 혁신 프로젝트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기사나 책 등에서 다루어졌던 내용일 것이다. 혁신은 기업의 핵심적인 차별화 요소로서 이야기되는 부분이다. 잠시라도 멈추면 뒤쳐지고 도태되는 일들을 주위에서 찾아볼 수 있어 혁신이라는 키워드는 매년 경영의 실천 화두에서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성공 스토리가 지속적인가에 관한 이야기는 별로 없었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지속 가능한 혁신에 관한 진실이라는 칼럼을 접한 적이 있다. 눈길을 끄는 내용은 “비전을 가진 리더가 꼭 필요하진 않다”는 점이었다. 흔히 비전을 갖춘 리더가 혁신적인 기업을 주도하리라 생각한다. 대표적인 예로 스티브 잡스와 일론 머스크다. 그러나 사실상 예외에 가깝다는 것이다. 장기간에 걸쳐 혁신을 지속한 기업 대다수는 한 사람의 리더를 넘어서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혁신적인 문화를 구축함으로써 성공적인 혁신 아이디어를 발굴할 확률을 크게 높이고, 점진적으로 가치를 창출한다. 체계적이고 일관적인 혁신 전략이 큰 영향력을 갖는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생태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혁신은 외부와 단절된 상태에선 존재할 수 없다. 혁신이 성장해 결실을 보려면 생태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혁신을 지지하는 사람’이 중요하다. 혁신의 가치를 믿는 직원은 자신이 속한 부서에서 혁신 활동을 주도적으로 전개할 수 있다. 아래로부터의 혁신은 흥미로운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이러한 혁신 지지자를 발굴하는 데에도 유익할 수 있다. 다음으로 ‘끊임없이 도전하는 스타트업’. 기업의 자체적인 혁신 역량 개발로는 충분하지 않다. 외부로 눈을 돌려 기존 시장을 완전히 재편할 만한 흥미로운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이들과 협력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관점을 넓히는 교육 기관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기업은 풀 수 없는 근본적인 과제들을 연구하는 교육기관과의 협력이 영감과 창의성을 주는 원천이 될 수 있다.

대부분의 대학에는 체계적인 산학협력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기업은 해당 프로그램을 혁신의 원천으로 활용할 수 있다. 위에서 말한 내용의 일부는 언뜻 이해할 수 없거나 잘못된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산업 현장에서의 지속 가능한 혁신에 관한 내용으로 더욱 많은 설명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만 들여다보면 현재 우리 사회가 공감하고 있고 해결해야 하는 사회적 문제들, 그리고 지역 사회의 가치 실현을 위해 적용할 수 있는 사항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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