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 광주시립미술관 새로운 도약을 바라며-장경화 전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관, 문학박사
2022년 06월 29일(수) 00:15
오랜만에 광주시립미술관을 찾았다. 정겨운 내부 공간은 눈감고 지하층부터 3층 옥상까지 찾아갈 수 있을 듯하다. 여기저기 묻어 있는 필자의 손때들은 스멀스멀 피부로 파고들어 30년 기억의 공간을 확장시켜 주었다.

1층의 전시실에는 ‘두 번째의 봄’ 기획전이다. 30년 동안 급변했던 지역 미술계의 단면과 성장을 주도했던 젊은 작가들의 야심찬 작품들로 가득했다. 2층 전시실은 ‘기증의 시작’으로 30년 전 개관 당시 수집된 작품으로 ‘박물관·미술관법’의 등록을 위해 필자가 밤 새워 서류 정리를 했었던 작품들이었다. 미술관 모델이 없어 많은 시행착오를 해야만 했던 시절, 전시를 위해 공사장 ‘아시바’로 작품과 조명을 설치했던 기억이 엊그제다. 3층은 탄신 100주년을 맞이한 ‘임직순전’으로 오래 만에 다시 접하였던 우리 지역 미술사에 큰 영향을 주었던 분의 유작전이다.

세 개 기획전은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 눈에 30년의 발전사를 압축적 정리를 해주고 있다. 작가 선정은 물론 작품 설치와 공간 디자인, 관람 동선, 전시 설명과 작품 캡션 등 부족함이 없는 세련미로 관람객에게는 중년이 된 미술관의 성숙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아쉬움도 있다. 1층부터 3층까지 전시장의 많은 작품은 상호 충돌로 관람객에게 시각적 혼돈스러움과 사유의 공간을 빼앗고 말았다.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미술관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보이지 않는 경쟁으로 총성 없는 ‘문화 전쟁’ 시대에 접어든 지 오래이다. 광주시립미술관은 이제 국내 첫 공립 미술관이라는 훈장도 희미하여 의미가 없다. 최근 신생 미술관(전남 도립·울산시립 등)들은 더 이상 광주를 존경하지도 않는다.

지난 30년 숨 가쁜 성장을 해 왔던 광주시립미술관은 이번을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 기회는 누가 선물해 주는 것이 아니기에 스스로 그 기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점차 존재감이 미약해 광주시민으로부터 외면받게 될 것이다. 우선 지난 30년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그동안 광주시립미술관의 주인인 광주시민과 지역 미술인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왔던가? 앞으로 광주 발전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등에 대해서다. 초심으로 돌아가 두 가지의 경쟁력을 위한 조건을 생각해 본다.

광주시립미술관의 경쟁력은 전문 인력(학예원)에 있다. 미술관의 학예원(연구사·연구관)의 연구 성과는 미술관 운영과 경쟁력을 갖추는 데 매우 중요하다. 현재 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중 일부는 비전공자로 당사자나 시립미술관이나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론 광주시가 소수 직렬(학예연구원)을 관리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지만 시립미술관과 묘안을 찾아 해당 분야 전공자를 임용해야 한다. 시립미술관의 경쟁력은 사람에 있으며, 이는 곧 광주시의 문화적 경쟁력임을 인식했으면 한다.

광주시립미술관은 국내·외 미술관이 부러워하는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다름 아닌 ‘광주비엔날레’와 동일한 울타리에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광주비엔날레 기념전과 후원전을 개최했던 것이 전부였다면 앞으로는 ‘광주비엔날레’와 협업을 통한 윈윈 전략이 필요하다. 2025년은 ‘광주비엔날레’ 창립 30주년이다. 이에 광주비엔날레도 광주시립미술관도 과거와 다른 국제화를 향한 혁신이 필요하다. 양 기관은 ‘광주’를 아시아라는 광활한 바다를 향해 항해시켜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아시아 문화중심도시’와 30주년이라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마주한 ‘광주시립미술관’은 ‘광주비엔날레’와 적극적 협력으로 광주라는 지역적 공간을 박차고 광주의 정신과 문화. 경제적 가치를 국제 사회에 보다 확장시킬 수 있는 의미 깊은 원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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