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매치-최권일 정치부 부국장
2022년 06월 22일(수) 03:00
2002년 6월 22일 광주월드컵경기장은 붉은 물결로 뒤덮였다. 그리고 ‘대∼한∼민∼국’을 외치는 함성이 지축을 흔들었다. 대한민국 축구가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역사상 첫 4강 진출을 이뤄낸 날이다. 정확하게 20년 전 일이다.

이날 열린 8강전은 유럽 축구의 강호 스페인과의 대전이었다. 전후반과 연장 30분, 120분간의 혈전을 벌였음에도 양쪽 모두 골이 터지지 않아 결국 승부차기로 이어졌다. 피를 말리는 승부차기 끝에 대한민국은 5-3의 극적인 승리를 거뒀고, 월드컵 사상 첫 4강이라는 신화를 썼다. 대한민국의 월드컵 4강 진출은 세계 축구사에도 한 획을 긋는 사건이었고, 지금까지도 비유럽·비남미 국가 중 월드컵 준결승에 오른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이렇듯 광주월드컵경기장은 대한민국 축구의 역사를 새로 쓰며, 축구팬들에게는 성지(聖地)가 됐다. 이처럼 상징성이 큰 공간임에도 국가대표 A팀 간의 국제 공식 경기인 ‘A매치’는 2004년 바레인과 단 한 차례 열렸을 뿐, 그 이후 18년 동안 한 번도 개최되지 않았다. 그래서 지역 축구팬들은 서운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오는 11월 21일부터 개최되는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대한민국 국가대표는 수많은 국가대표팀과 여러 차례 평가전을 가졌지만, 광주에서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아 아쉬움이 더했다. 대부분 서울과 수원 등 수도권 지역과 대전·전주·부산 등에서 열렸다.

국가대표 A팀은 국적 외에 제한이 없는 해당 국가 축구협회가 인정한 가장 높은 수준의 팀으로 말그대로 국가대표 1군, 최정예를 의미한다. 또한 상대국 중 하나가 협회 공인 A국가대표팀이 아닌 경우는 A매치로 인정되지 않는다. A매치 경기는 친선 경기나 평가전이더라도 각국의 유명 축구 스타들이 대거 참여하기 때문에 축구팬들에게 큰 인기를 끌며 ‘흥행 몰이’를 하고 있다.

따라서 ‘월드컵 4강 도시’인 광주에서도 앞으로 많은 A매치 경기가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면 20년 전 그날처럼 붉은 물결 속에서 또 한 번 ‘대∼한∼민∼국’을 목청껏 외쳐 보고 싶다.

/ck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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