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혼자 키워야 하나요?-곽현미 광주시 여성가족국장
2022년 06월 21일(화) 01:00
공장에서 일하는 팡틴이라는 여자는, 코제트라는 어린 딸을 둔 미혼모이다. 당시 미혼모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았기 때문에 그녀는 어린 딸을 식당을 운영하는 한 부부에게 맡기고, 공장에 취직을 한 것이다. 그녀는 공장 일을 통해 번 돈의 거의 대부분을 코제트의 양육비 명목으로 송금한다. 그런데 동료 직원들이 팡틴이 미혼모라는 소문을 내고, 결국 팡틴은 공장에서 쫓겨나게 된다. 딸의 양육비를 보내 주기 위해서 팡틴은 머리카락과 치아를 뽑아 팔다가 결국 거리의 매춘부로 전락하고 만다. 건강을 잃은 팡틴은 죽어 가며 장발장에게 자기의 어린 딸 코제트를 부탁한다.

빅토르 위고가 쓴 소설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소설의 배경이 된 19세기 중반으로부터 160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많이 나아졌을까?

미혼모는 대체로 임신 사실을 늦게 인지한다고 한다. 어렵게 용기를 내어 가족 등 주변에 임신 사실을 알리지만 축하받지 못하고 질책과 더불어 강력한 출산 반대에 부딪히기도 한다. 끝까지 책임지겠다던 아이의 아빠가 외면하기도 한다. 청소년 미혼모의 경우 학교와 부모로부터 충분한 상담과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때로는 홀로 남겨진 것 같은 막막함을 이기지 못하고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8월 음식물 쓰레기통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난다는 신고로 출동한 소방 당국에 의해 유기된 신생아가 구조되는 일이 있었다. 다행히 아기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고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아이를 위한 성금을 모으기도 했다.

비슷한 영아 유기 사건이 이따금 뉴스에 나온다. 유기한 엄마를 질타하는 분노의 댓글이 달리고, 엄벌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한다. 친부모로부터 버려진 가여운 아이를 위한 후원 문의가 잇따르기도 한다. 얼마간 시간이 지나고 나면 또 다른 영아 유기 사건이 보도된다. 심지어 한 중고 거래 사이트에 신생아를 20만 원에 판다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6~2020년) 1251명의 영아가 유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아이의 엄마 또는 아빠들도 예쁜 아기를 직접 키우고 싶었을 수도 있었으나, 주변으로부터 외면받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마음 아픈 선택을 했으리라 짐작해 본다.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가 미혼 부모에게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광주시만 해도 미혼 모자 보호 시설 네 개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미혼의 임산부부터 출산, 양육까지 촘촘하게 지원하고 있다. 보호 시설이 아닌 독립된 공간에서 살기를 원한다면 LH나 도시공사에서 운영하는 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도록 하고 임차 보증금도 지원한다.

또한 미혼모 등 한부모의 양육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자녀 1인당 월 20만 원의 아동 양육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생계 급여를 받는 한 부모 가족에게도 아동 양육비를 전액 지급하는 등 제도를 꾸준히 개선해 나가고 있다. 양육비 외에도 정부에서 지급하는 영아 수당, 아동 수당, 가정양육 수당이 있고, 우리 시에서 지급하는 양육 수당까지 모두 더하면 자녀 1인당 최대 월 95만 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24세 이하 청소년 한 부모에게는 아동 양육비, 검정고시 학습비, 자립 촉진 수당 등을 지원하여 조기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미혼 한 부모와 청소년 한 부모를 전담 지원하는 기관을 두고 대상자와 사례 관리사를 1대1로 매칭하여 상담·교육·자립 등 필요한 지원을 하고 있다.

제도적인 지원과 함께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아이를 선택했다는 이유로 차별받아야 하는 미혼모들에게 귀한 생명을 잉태한 것을 축하해 주자. 걱정하지 말라고, 두 배의 책임감과 부담을 갖고 혼자 키우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키우겠다고 말해 주자. 수많은 편견과 차별적인 시선을 견뎌내고, 소중한 생명을 포기하지 않은 용감한 결정을 한 엄마들에게 박수를 보내 주자. 엄마와 아이가 안정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따뜻한 위로를, 응원을 보낼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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