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다 한다?-정유진 코리아컨설트 대표
2022년 06월 20일(월) 00:15
최근 라디오를 통해 여러 차례 접한 공익광고 내용이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들을 때마다 왠지 다소 민망하다.

음악부터 드라마까지 다 한다. 아날로그부터 디지털까지 다 한다. 빠른 것부터 정확한 것까지 다 한다. 왜~ 다 잘하는 사람들이 모였으니까 대한국민 국민이 있어 한국이 다 한다.

30초로 제작된 이 짧은 광고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서 올해 제작하여 여러 매체를 통해 전파되고 있다. ‘자긍심-다한다’라는 제목을 갖고 있는 공익광고가 크게는 ‘국가의식’ 작게는 ‘민족의식’으로 분류되어 2015년 이후 민족의식을 다룬 제작물로 공익광고 자료 목록에 기재 되어 있다. 과연 이 광고는 지금 우리 사회에 시기 적절하게 필요한 공익광고인가? 이제껏 다뤄온 지구온난화, 저출산, 차별 그리고 지난 해에 방송되었던 타인 배려와 소통을 주제로 다양성을 존중하는 공동체 의식과 상생을 다룬 광고와는 방향이 달리 보인다.

공익광고는 사회의 그 시대 모습을 보여주는 하나의 척도가 되기도 한다. 80년 5 18광주민주화운동 이후 등장하기 시작한 한국의 공익방송은 초기 경직되고 근엄한 공익광고에서 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국제 광고제에서 수상을 하기도 하는 등 비로소 재미있고 참신한 내용으로 대중에게 친숙하게 변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시 보수 정부가 들어서면서 보기에도 무서운 부정적 이미지가 강조된 광고가 등장하기도 하는 등 그야말로 공익광고는 당시 사회상과 정치적 성향의 분위기를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그래서 이번 공익 광고를 통해 우리 시대의 한 단면을 본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2017년 이후 한국에 대한 경탄과 찬사를 담은 컨텐츠가 크게 유행하면서 국가 자부심에 대한 도취, 그리고 타국가와 타문화 혐오를 유발하는 유튜브 컨텐츠 확산에 이르기까지 국뽕 바람이 여전히 시들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공익 광고가 애국심과 우리가 함께 살아온 공동체 의식을 앞세워 국뽕 풍조에 합류하는 듯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매우 씁쓸하다.

자아도취에 자국을 찬양하는 국뽕과 관련한 방송 컨텐츠가 유행을 하고 이에 맞선 반국뽕 컨텐츠마저 대중에게 큰 관심을 받는게 요즘이다. 하지만 K 컨텐츠를 보고 놀라는 외국인이 등장하며 한국을 칭찬하는 광고가 우리가 당면한 많은 문제 해결에 힘이 되어 줄 수 있을까? 개인의 행동에 변화를 주고 공공의 의지를 형성하는데 바른 캠페인이 될 수 있을까? 또한 대한민국 구성원이 원하는 다양한 주장을 수렴하여 개인과 사회의 행복을 위해 지속성을 갖을 수 있는 캠페인이 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이러한 관점에서 공적미디어는 한국인으로서 그리고 세계 시민으로 우리 사회에 산적한 문제들을 잘 골라 신중히 다루고 공동체 발전을 위한 의식개혁을 할 만한 다양한 문제 의식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가령 우리나라는 사회 집단간의 갈등을 의미하는 ‘문화전쟁’이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나라(입소스, 킹스칼리지 공동조사, 2021)로 밝혀졌다. 이 조사를 통해 한국인 스스로가 한국이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사회라고 심각하게 느끼고 있음이 드러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서울 수도권과 지방, 학벌과 성별 심지어 세대에 이르기까지 상상을 초월하는 불평등 사회가 된 것이다. 조사 결과에선 비교적 낮게 나온 한국인과 이주민, 인종 등의 다문화 간의 충돌도 앞으로 높아질 수 밖에 없을 거란 일각의 우려도 있다. 어디 이 뿐이겠는가? 정책과 제도개선에 앞서 의식부터 바꿔 나가야 할 문제들은 곳곳에 있다.

공익광고협의회에서 공익광고란 본래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에서 시행한 캠페인 활동이 공익광고의 시작이었다면 현 시대에는 더 나아가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각종 사회문제, 부조리 해결에 대해 광고라는 설득력 있는 수단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로 그 의의를 설명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정의라면 공익광고는 인류를 위한 보다 큰 범위에서 이 시대 사회구성원에게 요구되는 문제 해결을 위한 의식과 태도 전환을 위해 무엇보다 공동체 발전을 위한 모두가 수렴할 만한 정확한 주제와 문제 제기부터 바르게 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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