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서남권의 재도약 기회, 산단 대개조 사업-주순선 전남도 전략산업국장
2022년 06월 09일(목) 00:15
전남 서남권 산단이 정부의 산단 대개조 사업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2년 전 광양만권(여수·광양·율촌) 산단에 이어 두 번째다. 산단 대개조 사업은 노후 산단을 미래형 스마트·그린 산단으로 리모델링하는 대규모 다부처 프로젝트다. 정부에서 3년간 총 15개 산단을 대개조 지역으로 선정하는데, 전남의 두 개 산단이 여기에 포함된 것이다.

전남 서남권 산단 대개조 사업은 영암 대불국가산단·삼호산단, 목포 삽진산단, 해남 화원산단이 대상이다. 이들 산단은 전남 전체 산단 생산액의 5%를 차지하지만 고용은 25%에 이를 만큼 전남 일자리의 핵심 거점이다. 조선업 특화 산단으로 글로벌 조선 업황과 궤를 같이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실제 2016년 글로벌 선박 수주 절벽 이후 서남권 산단 생산액은 18.3%, 고용은 26.8%나 감소했던 사례는 이 지역의 조선업 집적도가 그만큼 높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동안 서남권 산단은 구조 고도화 사업 등 정부 지원 사업을 통해 리뉴얼(renewal)을 추진했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세 가지 문제가 산단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다. 산단 노후화, 조선산업 인력 부족, 단편적 산업구조가 그것이다. 먼저 산단 노후화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발생하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기반 시설과 입주 기업의 설비가 노후화되어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안전사고 발생도 증가한다. 조선산업 인력 부족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과제다. 마지막으로 선박 블록 분업 위주의 단편적 산업구조다. 이는 글로벌 공급 과잉이나 수주 절벽을 맞았을 때, 지역 경제에 직격탄이 된다.

다행스럽게 서남권 산단이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 요인이 다가오고 있다. 먼저 글로벌 친환경 선박의 발주가 증가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 환경 규제에 따라 저탄소 선박 수요가 증가하여 서남권 산단에 일감이 늘고 있다. 작년도 기준 서남권 산단의 선박 수주액은 2016년 대비 일곱 배 증가했다. 또 다른 하나는, 서남권 산단 인근에 세계 최대 8.2GW 해상풍력 발전단지가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육상 운송을 최소화해야 하는 대규모 해상풍력 구조물의 특성상, 많은 기업들이 서남권 산단을 해상풍력 기자재 생산의 최적지로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기회 요인에 맞추어 산단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마중물이 바로 산단 대개조 사업이다. 산단 대개조 사업에 선정되면 정부가 정한 메뉴판 사업과 지자체가 희망하는 지역 특화 사업이 부처 합동으로 패키지 지원된다. 이는 서남권 산단의 성장을 방해하는 세 가지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프로젝트다. 전남은 이미 광양만권 산단이 대개조 사업에 선정되어 추가 선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서남권 산단의 기회 요인이 국가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며 국내 제2의 조선업 집적지인 서남권 산단이 K-조선의 재도약을 이끌 핵심 지역이라는 논리가 인정되어 서남권 산단도 대개조 사업의 기회를 얻게 되었다.

서남권 산단은 내년부터 3년간 3619억 원이 투입되어 대규모 리모델링에 들어간다. 리모델링은 크게 디지털화, 친환경화, 고도화·다각화의 세가지 분야로 추진되며 총 25개 세부 사업으로 구성된다. 모든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면 세부 사업 간 상호 연계와 시너지를 통해 앞서 언급한 세 가지 문제점이 근본적으로 해결될 것이다.

먼저 산단 노후화와 관련해서는 재생 계획 수립을 통한 산단 시설 개보수, 스마트 공장 구축 등으로 노후 시설과 공장 설비를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산재 예방 통합 지원 센터 구축으로 안전사고 발생도 획기적으로 낮출 것이다. 조선업 인력 부족 문제는 생산기술 전문 인력양성 사업과 스마트제조 고급 인력양성 사업 등 인력양성 프로그램으로 해소될 전망이다. 행복주택 건립, 일터 혁신 사업 등 정주 여건 개선과 스마트 공장 구축을 통한 자동화도 인력 부족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단편적 산업구조는 공정 혁신 시뮬레이션센터 구축, 해상풍력 하부 구조물 공유 플랫폼 구축 및 특화 기술 개발 사업 등을 통해 친환경 중소형 선박으로 고도화하고 해상풍력 기자재 생산 생태계 조성으로 다각화될 전망이다.

전남도는 친환경 선박이 향후 글로벌 선박 시장을 선도할 것에 대비해 목포 남항에 1444억 원을 투입하여 친환경 연안 선박 클러스터를 구축 중이다. 또한 세계 최대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에 맞춰 목포 신항에 357억 원을 투입해 해상풍력 융복합 산업화 플랫폼을 구축 중이며 배후부지 개발도 서두르고 있다. 이들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고 서남권 산단 대개조 사업이 본격 추진되면 서남권 경제는 재도약의 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이제는 어렵게 얻은 천금 같은 기회를 극대화하도록, 지자체·혁신 기관·기업을 비롯한 지역민이 하나 되어 힘을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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