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드라마의 부활을 꿈꾸며-전명환 농협 구미교육원 교수
2022년 05월 27일(금) 00:30
위드 코로나로 규제가 완화된 요즘 예전보다 외출이 늘어난다곤 하지만 필자는 여전히 많은 시간을 TV나 유튜브 시청에 할애하고 있다. 그런데 미드(미국 드라마)뿐 아니라 K한류를 이끄는 일부 콘텐츠들은 온 가족이 함께 보기에는 너무나 즉흥적이고 폭력적이며 자극적이다. 또한 불과 며칠 뒤면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멋진 정책 대결 대신 상호 비방으로 우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가족과 이웃들의 애환을 함께하며, 고향 농촌의 사람 사는 맛을 느끼게 해줬던 ‘전원일기’와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를 다시 보고 있다.

세대·이념을 둘러싼 갈등을 쌓아 폭발시키는 요즘 일반적인 드라마와는 달리 편안하고 잔잔한 음악으로 시작하는 ‘전원일기’와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등의 농촌 드라마는 화합과 사랑으로 그 결말을 이끄는 너무나 인간적이고 감동적인 드라마다. 잔잔한 감동과 함께 무언가 뭉클한 여운이 남아 20여 년 동안 전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러한 농촌 드라마들은 가족 간의 따스한 정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게 했고 우리네 농촌 이웃들의 따스한 마음을 잘 묘사했다. 그래서 고향을 떠난 도시민들의 각박한 삶에 잠시나마 위안을 준 것이 당시는 물론 지금 다시 보기 열풍의 원인이 아닌가 한다.

알다시피 현실의 우리 농촌은 옛 드라마 속 농촌과 사뭇 다르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어르신들만 남아 한적함을 넘어 고적(孤寂)하고, 드라마처럼 3~4대가 북적이고 부대끼며 사는 세대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전처럼 소박하고 유대감 넘치는 모습을 현재의 드라마로는 모두 담아낼 수는 없겠지만, 차츰 소멸되어 가는 우리들의 고향인 농촌 고유의 감동과 가족, 이웃간의 정을 담아 농촌 드라마를 부활시키는 것은 귀농·귀촌의 활성화와 국토의 균형 발전 등에 분명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종료되었던 우리네 농촌 드라마에 대한 최근 다시 보기 열풍은 급격히 변해 버린 우리네 삶 때문일 것이다. 디지털화와 기계화의 편리함과 세련됨 그 이면엔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종종 매스컴을 통해 우리는 텃밭이 있는 넓은 전원주택을 보면서 ‘그래 저게 바로 내가 살고 싶은 집인데’하고 아쉬워하지만, 현실 속 우리는 일자리, 의료 및 문화 혜택 등의 이유로 쉽게 도시를 떠나지 못한다. 마음 저 한구석에 있는 농가 주택보다는, 부동산 재테크 등의 목적으로 비싸지만 좁은 평수의 도시 아파트가 어쩌다 모두의 현실이 되었기 때문이다.

가끔 현실이 빠진 환상의 공간에 매료되어 귀농·귀촌을 하였으나 막상 마주친 현실 앞에서 발길을 되돌리는 이들도 많다. 또 대도시는 좋은 일자리가 적어서, 농촌은 일손이 늘 부족해서 걱정이다. 현실적으로 살기 좋은 농촌을 정책적으로 만들지 못하면, 우리네 고향이자 안식처인 농촌도 이 드라마들처럼 종료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과거 유럽·미국등 선진국들의 리더들도 농업은 국가의 미래를 여는 열쇠라고 강조했다. 이들뿐 아니라 코로나19 유행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속 세계의 셀럽(유명 인사)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생명 산업인 농업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농업·농촌은 식량 안보, 환경 보전, 경관 보전, 전통문화 계승, 지역 사회 유지, 수자원 확보·홍수 방지 등 공익적 기능을 누가 알아봐 주지 않더라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우리 모두의 생명 기반 산업인 농업과 고향인 농촌은 그렇기에 지속 성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네 농업 농촌의 현실을 제대로 알리고 미래상과 비전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제2의 농촌 드라마의 부활이 반드시 필요하며, 우리 농업·농촌도 이를 지방소멸 속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농촌을 주제로 국민적 공감을 주고 그 중요성을 알릴 수 있는 농촌 드라마가 부활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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