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제정은 ‘국민의 명령’이다-김숙정 광주시간호사회 회장
2022년 05월 11일(수) 00:30
더 나은 시대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간호법 제정을 바라는 국민들의 열기가 점차 커지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간호법 제정에 대한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70.2%가 법 제정에 찬성했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9.3%에 불과했다. 소비자단체인 미래소비자행동 조사에서도 국민 83%가 간호법 제정에 찬성했다. 특히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불과 일주일 만에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간호사 처우가 개선돼 양질의 간호 서비스를 받고 싶다는 준엄한 시대적 요구를 표명한 거라 말할 수 있다.

그 결과 지난 1년간의 논의를 거듭한 끝에 간호법안이 5월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 법안 심사 소위를 통과했다. 이는 간호법이 국민의 생명과 환자 안전을 지키는 국민의 법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입증시킨 결과다. 아직 보건복지위원회 전체 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 통과를 남겨놓고는 있지만, 앞으로 간호법을 토대로 종합적인 간호 정책이 시행돼 양질의 간호 인력이 양성되고, 높은 수준의 간호가 전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는 길이 법안 심사 소위 통과로 첫걸음을 내딛게 됐다는 점은 큰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부 보건의료단체들은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사가 단독 행위를 하게 되고 이로 인해 보건의료체계가 붕괴된다는 말도 되지도 않는 거짓 주장을 하고 있다. 이들 단체들이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연달아 내놓자 최근에는 기다렸다는 듯 간호, 보건의료, 노동, 법률, 시민사회, 소비자, 종교 등 각 분야에 소속된 130여 개의 전문가 단체가 간호법 제정에 뜻을 모으고 함께 하고 있다. 특히나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는 이들 단체들이 범보건의료계가 모두 간호법에 반대한다는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펴자 대한한의사협회가 사회 각 분야 전문가들이 출범시킨 ‘간호법 제정 추진 범국민운동본부’에 동참했다. 이는 간호법 제정을 통해 열악한 간호사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지역 간 인력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라는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이라는 타이틀을 부여받았지만 간호사는 78년 전 일제 잔재인 조선의료령에 뿌리를 둔 의료법에 의해 불법 의료 행위자로 내몰리고 있다. 간호사의 근무 환경도 매우 열악해 1인당 환자 수 비율은 OECD 기준의 네 배에 달하는 상황에서도 코로나19의 최전선을 지켜왔다. 간호사를 코로나와 맞서 싸운 영웅들이라 칭찬하지만 미국, 일본 등 OECD 국가뿐만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 등 대부분의 국가에 있는 간호법이 대한민국에는 없다. 간호사를 위험하게 만드는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신종 감염병이 아니라 간호사를 보호할 법이 없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아닐까 한다. 이제는 더 이상 간호 정책과 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방치할 수 없다. 간호 인력의 사명감과 헌신으로만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악순환을 바꿔야 한다. 이제 국회가 즉각 간호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

간호법은 결코 간호사의 이익을 위한 법이 아니다. 국민 건강과 환자 안전을 위한 필수적인 민생 법안이다. 치료 중심의 현 의료법만으로는 2025년 도래할 초고령사회와 국가 감염병 위기에 대응할 수 없다. 진료와 치료를 지원하고 노인과 장애인 등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간호·돌봄을 제공하려면 간호법 제정이 필요하다. 지난 총선에서 여야 3당은 간호법 제정을 추진하겠다는 정책 협약을 했다. 그리고 여야 3당의 모든 대선 후보도 간호법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치의 기본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국민 모두가 찬성하는 간호법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국회는 준엄한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조속히 간호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 간호사들이 환자 곁에서 국민의 생명과 환자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을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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