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광주 22’ 준비 제대로 되고 있나-정유진 코리아컨설트 대표
2022년 04월 18일(월) 04:00
자동차 수리를 기다리며 한 잡지책을 무심코 넘기다 특집으로 다룬 예술품 소장에 관한 기사에 눈길이 갔다. 그야말로 미술품을 사고 파는 일이 일상이 되었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요즘의 라이프 스타일 경향을 소개하는 잡지에서 아트 콜렉팅에 관해 친근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다양한 정보와 관련 기사들을 만나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더불어 뜨거운 NFT(대체불가능토큰) 콜렉팅 등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아트 마켓에 대해서까지 전문성을 갖춘 설명과 날선 비판을 함께 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이미 뉴스 매체를 통해서도 아트 마켓에 대한 고조된 관심은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다. 한계에 다다른 부동산 시장, ‘동학 개미’ ‘서학 개미’로 불리며 국민 상당수가 열광했던 주식 투자에 이은 가상 자산에 이르기까지 재산 증식을 위한 또 다른 투자 대상으로 예술품이 조명받고 있다. 미술품에 대한 투자는 더 이상 특별한 예술 애호자뿐만이 아닌, MZ세대의 참여로 좀 더 확대되고 대중화되어 가는 추세다.

미술품 투자가 인기를 모으면서 아트 마켓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전례 없는 큰 성공을 거둔 ‘제 10회 아트 부산’(BAMA)은 국내 아트 마켓 사상 최대인 350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8만여 명의 방문객을 동원하는 등의 큰 성과를 거두었다. 같은 해 ‘서울국제아트페어’(KIAF)도 650억 원이라는 매출 신기록을 세웠으며, 올해는 20주년을 맞아 온라인 뷰잉 룸을 갖추고 영국 아트 페어 프리즈(Frieze)와 함께 9월에 행사를 갖는다고 한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 진일보한 국내 다른 지역 아트 마켓의 부흥 소식은 실로 호기롭고 부럽기까지 하다.

이런 시점에서 광주는 어떤 아트 페어를 구상하고 있을까? 얼마전 5월에 있을 아트 부산에 함께 가자는 서울 지인의 연락을 받고 올해 아트 광주 일정이 궁금해 사이트를 방문했다. ‘웹사이트 일시 중지!’라는 문구가 광주를 대표하는 아트 페어 사이트의 얼굴이었다. 지난 일정조차도 알 수 없는 사이트를 보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물론 ‘아트 광주 22’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재정비 중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런 안내 문구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10년이 넘은 광주 아트 페어가 5월을 앞두고도 웹사이트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관련 정보를 쉽게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은 ‘아시아 문화중심도시’를 표방하는 도시로서는 뭔가 맞지 않는다.

지난 2021년 12회를 맞았던 아트 광주는 26억 원 상당의 작품이 판매되고 2만 8500여 명이 방문하여 지역 미술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까지 개최된 페어 관람객과 참여자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적어도 몇몇 갤러리 관계자들은 크게 만족하지 못한 모양이다. 광주에서 개최되었던 지난 아트 페어들에 참여한 바 있는 국내외 갤러리스트는 다음에도 또 참여할 지에 대해서는 그다지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을 거란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늘 문제시되어 왔던 운영상의 난제들을 해결하고 지역 미술을 아우르는 행사를 함께 구성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웹사이트 운영에서조차 지속성을 보기 어려운 운영 방식의 문제점은 결국 광주시의 안일한 행정과 준비가 안된 주최 측의 부실한 운영 결과를 매번 반복해 보여 주는 듯하다.

이제까지 광주 아트 페어가 해 온 시행착오를 통해 개선과 개혁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며, 현재의 시장 경향과 전망에 따른 현실적인 개선책을 반영하여 내실 있게 운영해야 한다는 것은 전문가와 관계자들의 의견을 넘어서 문화예술에 관심 있는 광주시민들도 인지하는 바다.

분명 광주도 우리가 가진 자산을 백분 활용하여 새롭고 진취적인 아트 마켓으로서 멋진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고유한 정체성이 담겨있는 아트 페어라면 세계 어디서든지 접속을 원할 것이다. 광주는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이 있고, 국제 현대 미술 축제인 비엔날레가 개최되며, 아시아 문화중심도시를 지향한다. 그에 걸맞게 지역 미술인의 창작 활동이 확장되고 미술 시장이 성장할 수 있도록 아트 광주가 어서 비상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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