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는 정치 과잉의 도시-최영태 전남대 명예교수
2022년 04월 13일(수) 01:00 가가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국민 세금이 10조 원 이상 소요되는 대형 국책사업이다. 찬반 논란이 매우 많았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이 사업을 밀어붙였다. 선거 두 달을 앞둔 2021년 2월 말에는 경제성 평가(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특별법까지 통과시켰다. 불가역적(不可逆的)인 사업으로 만들어 버리기 위해서였다.
특별법 통과 직후 리얼미티(YTN 의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절반 이상이 특별법 통과가 ‘잘못된 일’이라고 응답했다. 심지어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적극 지지하는 부·울·경 주민들조차 특별법에 대해서는 54.0%가 ‘잘못된 일’이라고 답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50% 이상이 ‘잘된 일’이라고 답한 것은 호남 유권자들뿐이었다. 이를 보고 일부 사람들은 가덕도가 전라도 지역에 있는 섬인 줄 알겠다고 비아냥거렸다. 민주당 정권이 하는 일이라면 ‘흑도 백이라고 복창’하는 호남인들의 맹목적 지지 현상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였다.
민주당은 2014년 민주당 광주시장 후보 경선에서 한창 진행 중인 경선을 돌연 중단시키고 특정 후보를 전략 공천했다. 민주당 경선이 사실상 본선이나 다름없는 호남에서 전략 공천은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치’를 심하게 훼손하는 행위이다. 다섯 명의 지역 국회의원과 중앙당이 손잡고 이런 ‘선거 흑역사’를 연출했다. 입으로는 맨날 ‘민주 도시 광주’ 운운하지만, 행동은 정반대였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광주 시민의 반응이었다. 광주 시민들은 전략 공천에 대해 분노하기는커녕 오히려 그 후보를 당선시켜 버렸다. 자신의 선택권을 훼손한 민주당의 행태에 그냥 면죄부를 줘 버린 것이다. 맹목적 지지의 또 다른 사례였다. 그렇게 하여 당선된 시장이 광주를 어떻게 이끌었는지는 여기서 굳이 거론하지 않겠다.
유권자들이 이렇게 선거 때면 민주당에 ‘묻지 마’ 투표를 하지만 속이 꼭 편한 것은 아니다. 내면에 실망과 분노의 심리가 잠복하여 있다. 그 실망과 분노가 2016년 총선 때 폭발해버렸다. 광주 지역 국회의원 전부를 국민의당 사람으로 교체해 버린 것이다. 물론 옥석을 가리지 않은 선거였다. 회초리를 한 번 든 광주는 4년 후 2020년 총선 때 다시 민주당 도시로 돌아왔다. 민주당 후보들이 100% 당선되었다. 이번에도 옥석을 가리지 않았다.
시장 선거 때도 비슷한 현상이 반복되었다. 도지사 자리를 대권 경쟁의 디딤돌로 생각하는 경기도와 역사가 짧은 세종시를 제외한 전국 15개 시도 중에서 재선 지자체장이 딱 한 번으로 그친 지역은 광주가 유일하다. 지자체장들이 매번 시정을 잘못 이끈 때문인지, 유권자들이 사람에 대한 싫증을 잘 느껴서인지, 아니면 광주 시민의 선택 기준이 유별나게 높아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여하튼 선거 때마다 ‘교체! 교체! 교체!’를 외치는 게 하나의 유행이 되어 버렸다. 국회의원 선거든, 시장 선거든 이런 선거 풍토에서 좋은 인물을 키우기는 어렵다. 지역 발전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러면 광주 시민들은 왜 민주당에 ‘묻지 마’ 투표를 하고, 또 선택한 정치인들에게 쉽게 실망하는가? 나는 그 요인 중 하나가 정치 과잉과 대통령 권력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대통령 권력과 정치를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하고, 모든 판단 기준을 거기에 맞춘다. 매사를 중앙 정치의 시각에서 판단하다 보니 일당 지배의 지역 정치 정도는 사소한 것으로 여긴다. 민주 도시 광주에 ‘민주주의의 두 얼굴’이 존재하는 배경이다.
대통령 권력이 호남 문제의 모순을 모두 해결해 주지 않는다. 또 이번 대선 때 실감한 것처럼 정권은 여야 사이에 왔다 갔다 한다. 광주도 이제 대통령 권력 지상주의에서 벗어나야 하고, 선거 때 신기루를 찾는 현상도 지양해야 한다. 민주당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과보호 현상도 종료돼야 한다. 중앙 정치가 아니라 우리 지역의 민주주의, 정치가 아닌 일상적 삶에 관한 문제들, 이념이 아니라 실용주의적 주제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광주와 호남 정치가 정상으로 갈 수 있으며, 많은 희생을 치르며 획득한 민주 도시의 명예도 계속 지켜낼 수 있다. 내가 ‘정치 과잉의 도시’에서 탈피하자고 주장하는 이유이다.
시장 선거 때도 비슷한 현상이 반복되었다. 도지사 자리를 대권 경쟁의 디딤돌로 생각하는 경기도와 역사가 짧은 세종시를 제외한 전국 15개 시도 중에서 재선 지자체장이 딱 한 번으로 그친 지역은 광주가 유일하다. 지자체장들이 매번 시정을 잘못 이끈 때문인지, 유권자들이 사람에 대한 싫증을 잘 느껴서인지, 아니면 광주 시민의 선택 기준이 유별나게 높아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여하튼 선거 때마다 ‘교체! 교체! 교체!’를 외치는 게 하나의 유행이 되어 버렸다. 국회의원 선거든, 시장 선거든 이런 선거 풍토에서 좋은 인물을 키우기는 어렵다. 지역 발전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러면 광주 시민들은 왜 민주당에 ‘묻지 마’ 투표를 하고, 또 선택한 정치인들에게 쉽게 실망하는가? 나는 그 요인 중 하나가 정치 과잉과 대통령 권력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대통령 권력과 정치를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하고, 모든 판단 기준을 거기에 맞춘다. 매사를 중앙 정치의 시각에서 판단하다 보니 일당 지배의 지역 정치 정도는 사소한 것으로 여긴다. 민주 도시 광주에 ‘민주주의의 두 얼굴’이 존재하는 배경이다.
대통령 권력이 호남 문제의 모순을 모두 해결해 주지 않는다. 또 이번 대선 때 실감한 것처럼 정권은 여야 사이에 왔다 갔다 한다. 광주도 이제 대통령 권력 지상주의에서 벗어나야 하고, 선거 때 신기루를 찾는 현상도 지양해야 한다. 민주당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과보호 현상도 종료돼야 한다. 중앙 정치가 아니라 우리 지역의 민주주의, 정치가 아닌 일상적 삶에 관한 문제들, 이념이 아니라 실용주의적 주제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광주와 호남 정치가 정상으로 갈 수 있으며, 많은 희생을 치르며 획득한 민주 도시의 명예도 계속 지켜낼 수 있다. 내가 ‘정치 과잉의 도시’에서 탈피하자고 주장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