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아버지라 부르고 싶다”-이병우 우아포인트연구소 대표
2022년 04월 06일(수) 03:00
“텔레비전을 아버지라 부르고 싶다 /…저를 이렇게까지 길러주신 테레비님께 감사하며 /…싸가지 없이 불효막심하게 말할 수도 없다 /테레비가 정말 나의 아버지인가 /그렇다면 나는 꼭 테레비를 모시고 있어야 한다 /이 테레비 없는 후레자식 /네 테레비가 널 그렇게 가르치디 /요딴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 /나는 테레비가 없다면, 끔찍한 상상이지만/ 나는 무엇을 스승으로 삼고 즐거워하고 슬퍼하고 /간지러움, 강제의 웃음이라도 웃을 수 있겠는가”

1990년대에 발표한 함민복의 시집 ‘자본주의의 약속’에 실린 ‘오우가 - 텔레비전 1’의 일부이다. 30여 년이 흐르니 텔레비전은 이름도 못 내밀 센 놈이 나타났다. 이젠 이렇게 바꿔 불러야 되지 않을까 한다. “스마트폰을 아버지라 부르고 싶다. 저를 이렇게까지 길러주신 스마트폰님께 감사하고 꼭 스마트폰을 모시고 있어야 한다.” 텔레비전 대신 스마트폰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더 강력해졌다. 스마트폰에 의한 신인류, 포노사피엔스의 시대가 도래하였다.

Z세대 다음은 어떤 세대가 올 것인가? 호주의 사회학자 마크 매크린들(McCrindle)에 의하면 2010년 이후 출생한 사람들을 알파 세대라고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Z세대와 알파 세대를 구분하는 가장 큰 특징은 Z세대가 ‘디지털 네이티브’라면 알파 세대는 ‘인공지능(AI) 네이티브’이다. 여기에 알파 세대는 유아기 때 코로나 팬데믹을 경험했다. 반면에 Z세대는 디지털 전환기에 태어나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의 사용에 능숙하다. 그리고 AI 초창기에 해당한다. 그래서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부른다.

알파 세대는 스마트폰에 의해 양육된 최초의 세대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스마트폰을 물고 태어나서 스마트폰과 더불어 성장했다. 성숙된 디지털 환경과 AI 챗봇, 사물인터넷(IoT) 기기, 버추얼 러닝의 시기에 해당한다. 사람보다 AI와 더 친하게 지낼지도 모른다. 진성 포노사피엔스라 할 만하다.

연구에 의하면 알파 세대는 유아기에 코로나 팬데믹 영향을 받아서 다음과 같은 네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규칙 준수에 관련한 사항으로 이들은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를 유지했고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둘째, 회복성이다. 팬데믹 환경에 대처해서 이겨냈다. 정신적으로 강인하고 미래도 잘 대처할 것이다. 셋째, 정보 탐색을 잘한다. 스마트폰을 물고 태어났고 정보 탐색 전문가이다. 넷째, 디지털 친구가 있다. 사람과의 관계만큼 AI 도구와의 관계를 편하게 여길 것이다.

‘기계와의 협력적 소통 역량’이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카이스트에서 발행한 미래전략보고서 ‘10년 후 대한민국 미래 일자리를 찾다’에 의하면, 인간에게 필요한 3대 역량은 ‘문제 인식 역량, 대안 도출 역량, 기계와의 협력적 소통 역량’이라고 했다. 이제 소통 역량을 사람과의 소통에서 기계와의 소통으로 확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지표로 거론되고 있는 DNA는 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을 말하는데 이 DNA를 잘 다루는 사람을 인재로 여기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 팬데믹이 우리 사회에 끼친 영향은 심대하다. 기계가 많은 부분을 대신하고 기계와의 소통이 중요시 되고 있다. 스마트폰을 아버지라 부르고 싶고, ‘AI 손자 손녀’와 함께 하는 세대가 대세를 이룰 수도 있다. 하지만 하이테크 산업이 발전할수록 하이 터치 산업도 중요해지고 있다. 21세기는 컴퓨터와 시인이 필요한 시대라고 말한다. 30년 전 함민복 시인의 ‘오우가’가 주는 메시지가 포노사피엔스 시대에 절절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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