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전 장관 유작 ‘너 누구니’ … 젓가락으로 본 한국인 문화유전자
2022년 03월 29일(화) 19:35
“나뭇가지를 꺾어 두 개로 짝을 만들고 음식을 잡는 순간 자연과는 다른 문화의 세계, 그 문이 열리는 것이지요.”

한국인에게 ‘젓가락’은 문화의 도구이자 가장 ‘오래된 미래’이다. 또한 ‘젓가락은 하드웨어, 젓가락질은 소프트웨어’이기도 하다.

지난달 별세한 시대의 지성 이어령 문화부 장관의 유작 ‘너 누구니’(파람북)가 발간됐다. 이 장관의 마지막 혼이 새겨진 책은 한국인의 문화유전자를 탐색하는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 두 번째 저서다. 저자는 동양사상과 아시아의 생활양식을 한국의 젓가락 문화로 보고 이를 토대로 특유의 문화유전자를 밝힌다.

서양의 나이프 포크 문화, 중동과 인도의 수식 문화와 구분되는 동양의 독특하고 오랜 젓가락 문화가 생겨났다. 동양의 전통에 비추어 보아도 한국의 젓가락 문화는 독창적이다. 숟가락을 같이 쓰고 재질을 금속으로 하는 우리의 젓가락은 국물 문화, 짝 문화와 통한다. 이른바 조화의 정신과 포용의 자세와 연관된다.

“인간만이 불 앞에 옹기종기 모여 밤하늘을 바라보며 무수한 별 이야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거짓말과 허구, 상상의 세계를 침팬지가 꾸며낼 순 없습니다. 인지 혁명으로 창조적 상상을 할 수 있게 된 존재, 곧 호모 나랑스(이야기하는 인간)가 탄생한 것입니다. 그 문화적 연원이 ‘호모 작대기’, ‘호모 부지깽이’, 그리고 ‘호모 젓가락’으로 연결됩니다.”

젓가락으로 시작된 저자의 문화유전자 이야기는 생명공감이라는 미래상까지 이어진다. 저자의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에 담긴 인문학적 통찰, 치열하게 빛났던 탐구 정신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박성천 기자 sky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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